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정부ㆍ여당에 실망한 사람이 많으니까 이대로 가면 야권이 선거에서 이길 거라고 낙관하는 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승리하려면 야권전체가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다.
안 대표는 최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과 국민의힘ㆍ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 만든 국회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 등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려왔다. 앞선 강연에서도 안 대표는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그 방법론으로 야권 ‘혁신 플랫폼’ 구성을 제시했다. 당 대 당 통합이나 선거 연대 대신, 먼저 특정 당에 속하지 않는 새 플랫폼을 만들어 이슈를 중심으로 모이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제1 야당뿐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까지도 다 끌어모아야 겨우 해볼 만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장면은 많은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진중권씨도 한자리에 모이면 그 자체로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야권 단일 대오가 형성되지 않으면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언택트 선거라서 참신한 신인이 등장해도 인지도를 올릴 수가 없고,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조직선거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서울은 25개 구 구청장 중 1명, 국회의원 49명 중 6명만 국민의힘이며,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구의원도 3명 중 한 사람만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ㆍ여당은 쓸 수 있는 수단이 아주 많다”며 “어쩌면 그때 갑자기 백신을 도입한다고 뉴스를 터뜨릴 수 있고, 갑자기 재난지원금을 가구당 200만원씩 주겠다고 할 수도 있다. 야권에 굉장히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 갔다. 그는 “올해 6월 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0% 정도였는데 지난주 약 40% 정도로 약 20%포인트 떨어졌다”며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은 6월 초 18%, 최근에 19%, 20% 정도 나왔다. 그나마 제1야당이 갖고 있었던 좋은 이미지가 ‘능력 있다, 유능하다’ 였는데 탄핵을 거치며 이를 잃어버린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최근 ‘야권 위기론’을 꺼내들며 꾸준히 혁신 플랫폼을 주장하고 있다. 1일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찾아가는 등 개별 접촉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의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저도 당 대표지만, 여러 구성원이 다양한 생각들이 있는 게 민주정당의 모습 아니겠냐”며 “열린 장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게 필요하다. 어떤 형태든 좋다”고만 말했다.
한편 강연 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일단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전력을 다해서 도울 생각”이라며 재차 출마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에 대해서도 “제가 후보가 되면 좋겠지만,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열심히 도와 정권 교체를 돕겠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