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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변호인 "전두환이 부정한 헬기사격, 법원이 역사로 인정"

중앙일보

입력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아내 이순자씨와 광주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뉴스1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아내 이순자씨와 광주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뉴스1

"실형 안 나온 건 아쉬워…檢 항소 기대"

"오늘 '피고인 전두환'의 유죄 판결에서 1980년 5월 21일 헬기 사격과 5월 27일 헬기 사격 모두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됐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자명예훼손 징역 8개월, 집유 2년 선고 #김정호 변호사 "상식 확인…사필귀정 판결"

 5·18 단체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가 30일 광주지법 앞에서 한 말이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이날 광주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었다고 주장해 온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불로동과 같은 해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며 전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번 판결 선고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했다.

30일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5·18 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0일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5·18 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법원 "1980년 5월 헬기 사격 있었다"

 김 변호사는 선고 직후 조비오 신부 조카인 조영대 신부, 5·18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이 사건 재판은 형식적으로는 (전 전 대통령이) 고 조비오 신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따지는 재판이었으나 본질적으로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중에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역사적 진실을 가리는 재판이었다"며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전 전 대통령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과 관련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 공적 관심사인 역사 왜곡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 5·18 주동자이자 대통령까지 지낸 전두환이 아직까지 단 한마디 반성과 참회가 없었는데도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것은 법원이 이 사안을 좀 가볍게 본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30일 법원 앞에서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30일 법원 앞에서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간 김 변호사와 5·18 단체, 고 조비오 신부 유족 측은 줄곧 "5·18을 일으키고도 사죄 없이 헬기 사격을 부정한 전두환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두환 피고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으로 2014년 3월 징역 8개월형이 확정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5·18 유공자들을 북한특수군이라고 주장해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지만원씨가 양형의 최소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항소해 양형 측면에서 역사적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5·18 왜곡과 관련된 문제는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라며 "이번 재판 과정을 통해 5·18진상규명위원회 활동과 5·18 관련 법안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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