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의 ‘2기 비상대책위원회’ 발언이 당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비대위는 문제가 있다”며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노력을 평가하지만, 현역 의원들, 당원들,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지역) 위원장들이 비대위원장과 같이 안 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다.
비대위와 원내의 엇박자에 대해선 앞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9월 김 위원장의 당 운영을 “옹졸하고 폐쇄적”이라고 말했고, 조해진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당의 주력인 의원총회와 별개로 움직이는 별동대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또 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찬성 등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 김해신공항 폐기를 두고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다른 입장을 보인 점 등도 논란거리였다.
여기에 유 전 의원까지 김종인 비대위에 문제를 거론하자 “대선 주자까지 비대위 흔들기에 나선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유 전 의원 측은 “흔들려는 의도였다면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겠나"라며 “오히려 비대위에 힘을 싣자는 뜻이지 흔들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2기 비대위’에 대해 선을 그었다고 한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유 전 의원 발언 이후 비대위원들과 만나 ‘흔들릴 필요 없다. 보궐선거를 지면 대선이 아니라 당이 없어질 수도 있다.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자기 정치하느라 하는 말에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선거를 앞두고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와 당 대표나 당 살림을 사시는 분들이 거리가 있으면 좋은 모습이 아니다. 한 몸이 돼서 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 중심의 당 운영이 꼭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권 주자 중심의 당 개편을 주장한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현 정부 폭주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니, 김종인 비대위를 향한 내부의 불안한 시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