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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활주로만 깔면 여객기·화물기 모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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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호 31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예타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던 김해공항 확장안은 없었던 일이 됐다.

부산항-가덕도 물류 시너지 의문 #20조원짜리 애물단지 될까 걱정

정치권은 가덕도 공항의 필요성으로 물류와 안전 문제를 꼽았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25일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우리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바닷길과 하늘길을 박근혜 정부와 나쁜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인공지능(AI)·로봇·항공부품 등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급증하는 항공 화물을 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공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가덕도에 아무리 큰 물류기지를 세운다 해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화물처리량은 지난해 기준 276만t으로 세계 3위다. 홍콩 첵랍콕(469만t)에 이어 상하이 푸둥(282만t)과 2위를 다툰다. 인천공항은 미국 앵커리지에서 인천을 거쳐 상하이, 홍콩으로 이어지는 정기 화물노선 상에 있다. 52개국 173개 도시로 연간 40만회 비행기가 오고 가는 것도 장점이다. 여객기라도 화물칸에 물건을 실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해공항의 국제선 화물처리량은 지난해 기준 11만6000t에 불과하다. 취항지도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16개국 53개 노선에 그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물류의 경쟁력은 언제 어디로든 화물을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능력에서 결정된다”며 “가덕도에 연간 63만t의 화물처리시설을 갖추더라도 세계 항공사들이 매일 4000편 이상 이착륙하는 인천공항 대신 부산으로 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산항과 연계한 항공물류기지 역시 현실성이 낮다. 부산항의 지난해 화물처리량은 2199만TEU로 세계 6위다. 1위는 상하이(4330만TEU)다. 20피트컨테이너를 의미하는 TEU 하나당 최대 25t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절반 정도인 12t씩만 싣는다 해도 부산항의 물동량은 연간 2억6400만t으로 인천공항 처리물량의 100배가 넘는다. 운임이 비싼 항공화물은 주로 반도체 휴대전화 의약품 등 가볍고 비싼 제품을 주로 싣는다. 화학 철강 자동차 의류 등을 주로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선과는 품목이 다르다. 공항 개발을 통해 항공-해운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다른 쟁점은 안전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2002년 중국 국제항공 추락사고 이후 안전문제로 신공항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은 북쪽에 돗대산(해발 380m)이 있다. 이 때문에 남풍이 불 때면 남쪽에서 접근한 항공기들이 돗대산 앞에서 U턴해 착륙해야 한다. 현재 논의대로 국내선 김해공항, 국제선 가덕도 신공항으로 운영된다면 연간 4만7000편의 국내선은 여전히 이런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김해에 V자로 새 활주로를 만들면 북서쪽에서 접근해 그냥 착륙하면 된다. 2016년 국토부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런 모순을 피하려면 가덕도에 활주로 두 개를 건설해 국내선까지 보내야 한다. 이 경우 건설 비용은 11조원으로 김해공항 확장(4조3000억원)의 두 배 이상 든다.

게다가 토목공사는 예상보다 비용이 늘기 마련이다. 당초 3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던 인천공항도 실제로는 7조5000억원이 들었다. 연간 이용객이 2400만명에 달한 2004년에야 첫 흑자를 냈다.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은 1693만명. 가덕도 신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20조원짜리 애물단지가 될까 걱정이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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