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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혜민병원 코로나 확산…병원 탓인가 구청 책임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서울 강서구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강서구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서울 광진구의 종합병원 혜민병원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광진구청이 방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혜민병원을 조사한 결과 혜민병원의 혐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광진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병원을 고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역학조사관이 퇴근 승인" 결론

서울 광진경찰서는 27일 “혜민병원에 대해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을 달아 지난 23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광진구청은 9월 4일 병원 측이 방역당국 승인 없이 시설 내 격리 지시를 어기고 일부 직원을 퇴근시켰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8월 31일 혜민병원 직원이 코로나19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의료진 등 18명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취한 조치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광진구와 병원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혜민병원 관계자와 구청 직원 등을 소환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증상 없는 사람은 퇴근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격리가 필요한지 등을 방역 관리자에게 물었고, 지침을 받은 대로 행동했다는 의미다.

보도자료도 냈지만…공문 없었다

또 병원 직원들이 역학조사관 지침을 받고 퇴근한 때에는 구청에서 ‘코호트 격리’ 지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광진구는 고발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시설 내 임시폐쇄 및 격리 조치를 내렸음에도 혜민병원이 이를 어겼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광진구가 혜민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를 하도록 한 건 직원들의 퇴근 이후다.

또 광진구청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방역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기로 구민들에게 약속했다”며 “이번 혜민병원의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린 건 광진구보건소장이었다. 그러나 보건소장은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고발 내용을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 9월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된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된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진구 "서울시와 혼선 생긴 듯"

이에 대해 광진구청 관계자 “진상조사를 감사실에서 주로 해 보건소장에게도 내용이 다 전달되지 않았다”며 "광진구에서는 구두로 분명히 격리를 지시했지만 서울시에서 나온 역학조사관과 말이 달라 혼선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환자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어 민감 대응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검찰에서 정식으로 불기소 처분하면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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