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동은 의리를 택했다…포항과 2년 재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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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2년 재계약했다. [연합뉴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2년 재계약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 김기동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와 재계약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기동 감독과 재계약했다. 향후 2년 간 포항을 이끈다”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굵직한 도전 과제를 김 감독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26일 중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시아 축구계가 함께 주목하는 ‘K리그 히트 상품’이다. 지난해 최순호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뒤 한때 10위까지 떨어졌던 팀을 K리그1(1부리그) 4위로 끌어올렸다. 올 시즌엔 3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지난해 간발의 차로 놓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3위 팀 사령탑으로는 최초로 올해 K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수준 높은 전술 구사 능력에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겸비해 아시아 여러 나라 축구리그의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의 거취는 올 겨울 K리그 스토브리그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올해로 포항과 계약이 끝나는 김 감독에게 K리그 내 몇몇 팀을 비롯해 중국, 태국 등 여러나라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K리그1 12팀 중 8위 수준의 인건비를 쓰는 포항의 ‘가성비 축구’가 인정 받은 결과다. 홍콩 매체 원웨이포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매체가 “중국 수퍼리그 몇몇 구단들이 150만 달러(17억원) 안팎의 연봉을 제시하며 김기동을 잡기 위해 물밑 교섭 중”이라고 보도했다.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기동 포항 감독. [연합뉴스]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기동 포항 감독. [연합뉴스]

김 감독과 포항의 재계약 협상이 다소 길어진 이유가 연봉 등 대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포항 관계자는 “구단 최고위급 인사가 고향(충남 당진)에서 휴식을 취하던 김 감독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핵심 주제는 돈 문제가 아니었다. 내년 이후 포항이 어떤 비전을 갖고 팀을 운영해야하는 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사령탑 재계약과 함께 포항은 내년 이후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포항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1군 선수단 뿐만 아니라 구단 살림, 산하 유스팀 상황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다. 프런트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는 스타일이다.

포항 관계자는 “감독 교체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현재 구단 상황을 감안할 때 김기동을 제외한 대안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김 감독과 포항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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