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체 조직공학 어디까지 왔나] 심장근육 재생 첫발 디뎌

중앙일보

입력

미래에는 인체 장기(臟器)를 부품처럼 갈아낄 수 있을까. 최근 활발하게 발전하는 인체 조직공학은 종래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인공 장기 시대를 예고한다.

1950년 사람 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한 지 50여년.초보적인 수준이지만 피부.연골.뼈 등 인체 부품들이 인체에 의학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흥미를 끈다. 국내외에서 태동하고 있는 조직공학의 응용사례를 살펴본다.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선 이색적인 발표가 있었다. 고환에서 떼어낸 진피(표피 아래층)를 배양해 왜소한 음경(陰莖)둘레에 감아주는 성형수술방법으로 미국 특허를 받았다는 것이 골자. 서울 굿맨 비뇨기과 원장이 시행하고 있는 이 방법은 진피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종래의 피부 배양과 다르다.

평면으로 세포를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부피를 키우는 것.가로.세로 1㎝의 피부를 떼어내 틀 속에서 3~4주 키운 뒤 두툼한 피부층을 이식하는 것이다. 세포수는 1천만~1천8백만개 정도.

김원장은 "종래 음경왜소증 치료는 엉덩이에서 피부를 떼어내 이식했기 때문에 흉터와 통증이 문제됐었다"며 "자가(自家)세포 배양기술로 이런 단점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수원 아주대 민병현 교수는 최근 무릎 연골이 손상된 환자에게 생체 지지체를 이용한 연골세포 배양이식술을 시행했다.이는 종래 액체로 되어 있는 세포이식보다 한 단계 올라선 기술.

기술의 포인트는 지지체라고 하는 일종의 거푸집이다. 이 거푸집은 세포가 들어가 생착할 수 있으며, 몸 안에 들어가면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성 물질로 되어있다. 따라서 틀을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다양한 장기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는 "현재 보편화된 연골이식은 액체로 되어있어 외부로 흐르지 못하도록 골막을 떼어붙이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반(半)고체인 젤리형이나 완전한 연골을 만들어 집어넣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학연구소 이해방 박사팀이 만든 코.귀 모양의 조직이나 미국에서 개발 중인 인공 방광.콩팥.유방.혈관 등이 모두 이런 개념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들.

대전 이노테크메디칼 김근풍 박사는 "가장 좋은 지지체는 독성이 없으면서 몸 안에 들어가 원하는 시간에 녹아 없어져야 하며,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구멍의 연결성과 성형성.다공성 등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배양과 함께 과학계의 뜨거운 관심거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조직공학.줄기세포는 자가 복제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장기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오시리스는 골수의 줄기세포에서 인공뼈를 만들어 원숭이의 손상된 뼈에 이식,생착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올 8월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은 11명의 심근경색환자의 심장혈관에 자가 줄기세포를 주사한 결과 혈관이 만들어지고 심장근육이 재생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인체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용식.권순용 교수팀은 고관절(엉치뼈)에 혈액이 통하지 않아 썩어가는 9명의 환자에 대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교수팀은 골수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대량 분화시켜 이를 조직 배양 전문회사인 셀론텍에 보내 골아(骨牙)세포로 배양.증식해 괴사된 부위에 이식했다. 현재 93%의 증상개선 효과를 보인 상태라고.

탯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메디포스트는 탯줄에서 뽑은 간엽 줄기세포를 구개.구순열환자(언청이)치료에 응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간엽 줄기세포는 성장인자 없이도 스스로 뼈나 연골로 분화해 환자의 갈라진 입 천장을 메워준다는 것.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 오일환 교수는 "분화된 줄기세포를 지지체에서 배양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연구는 초기지만 부족한 장기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길은 조직공학 밖에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