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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다리야”…中 쓰촨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린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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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弯脚杆 [wān jiăo gān], '굽은 다리'라는 단어다. 중국어를 좀 할 줄 안다 하는 사람도 그리 익숙하지 않을 말이다. 이 단어는 쓰촨 방언 중의 하나인데, 방언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아 토어(土語, 그 지방에서 오랫동안 붙박여 사는 사람들이 쓰는 말)로 귀속된다.

굽은 다리, 무슨 뜻으로 쓰이는 단어일까? 단어의 유래는 무엇일까? 총 세 가지 설이 있다. 쓰촨의 지형과 지역 특색을 알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된다.

첫 번째 설은 이렇다.  

청나라 말, 중국 시장이 확대되고 상인들의 교역 규모가 커지면서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 그러나 쓰촨은 여전히 농경 위주였다. 당시 쓰촨 농업의 발달로 더욱 많은 농민이 쓰촨을 찾아왔고, 모종을 심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를 지을 때면 이들은 다리를 구부려야만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쓰촨 사람들은 이들을 弯脚杆 '굽은 다리'라 불렀다. 쓰촨 서부에서 유행하던 말이 점차 쓰촨성 전역에서 불렸고, 일반적인 구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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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설은 첫 번째 설과 이어진다. 쓰촨으로 이주해온 농민들. 평소 흙바닥만 걷던 농민들이 도시로 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걸었더니, 발이 휘청거려 똑바로 서지 못한다는 것에 비유해 굽은 다리라 불렀다고 한다.

마지막 설이다. 충칭 사람들과 관련된 말이다. 말하기 앞서, 충칭은 1997년 쓰촨성에서 분리되어 직할시로 승격됐다. 따라서 오랫동안 쓰촨 문화권에 속해있었고 충칭어는 쓰촨 사투리에 속한다.

중국 충칭에는 충칭에만 존재하는 직업이 있다. 이른바, ‘방방(棒棒)’이라는 사람들이다. 우리말로 하면 ‘지게꾼’, ‘짐꾼’ 들이다. 충칭 지역이 산간지대가 많고 언덕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직업이다. 현재는 많이 사라졌으나 충칭 지역을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 대나무를 매고 있는 방방쥔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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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오랜 시간 하중을 받아 하체가 휘어져 습관적으로 다리를 구부려 걸어야만 했다. 그래서 '굽은 다리'는 특히 무거운 육체노동을 하는, 하층민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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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가지 어원 중 어느 것이 확실할진 몰라도, 차별적 어조가 뚜렷해 보인다. 단어 뒤에 있는 쓰촨 본토인의 우월감을 지울 수 없다. 도시의 농민, 이주 노동자들은 "굽은 다리"와 뗄 수없이 연결되어 있다.

비슷한 말로 泥腿子가 있다. 직역하면 흙투성이 발이라는 뜻이다. 의역하면 촌놈, 농민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시 후커우를 가진 일부 사람들은 이들에게  "굽은 다리",“弯弯”라 외치며 우월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몇 년 동안 이주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임금 체불은 기본이었다.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도 도시에서 공부하려면 적어도 수천 위안이 필요했다.

과거 쓰촨 농경지 모습.ⓒ

과거 쓰촨 농경지 모습.ⓒ

현재의 쓰촨.ⓒ

현재의 쓰촨.ⓒ

최근 몇 년간 도농격차가 사라지며 굽은 다리, 흙투성이 발과 같은 단어는 다행스럽게도(?) 점차 소멸됐다. 부르는 사람도, 불리는 사람도 없다. 친구끼리 실없는 농담을 하면 '굽은 다리'라고 놀리고, 외지인이 아무 데서나 침을 뱉고,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디서 온 굽은 다리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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