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딱 10년, 전투력은 키웠지만 北도발은 못 막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0년 북한군의 포격 도발 당시 포탄을 맞은 연평도 자주포 진지 흔적을 한 해병대 장교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0년 북한군의 포격 도발 당시 포탄을 맞은 연평도 자주포 진지 흔적을 한 해병대 장교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 추모행사 열렸다. 이 사건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이 서해 연평도에 방사포 등 170여발을 발사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한 기습 도발이었다.

그날 이후 10년 동안 연평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군의 포격 도발 및 기습 강점에 대비한 전투력을 키웠다. 적대행위를 멈추자는 남북한 군사합의도 마련했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 도발은 계속됐다.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선 지휘체계부터 정비했다. 2011년 6월 해병대사령관이 겸직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를 창설해 서북도서 방어를 전담토록 했다. 현장 지휘관이 ‘선(先)조치, 후(後)보고’하는 재량권을 갖고 신속ㆍ정확ㆍ충분하게 응징하는 작전지침도 세웠다.

사령부 창설, 병력 늘리고 첨단 무기 배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투력도 대폭 보강했다. 자주포 진지를 비롯한 핵심 건물에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요새화했다. 2010년에는 북한군 포탄 공격에 그대로 노출돼 피해가 컸다. 군의관은 3명에서 5명으로 늘었고, 앰뷸런스 1대도 추가 배치했다.

연평도에 6문 배치했던 K9 자주포는 3배 수준으로 늘렸고, 서북도서에 해병대 병력도 1000여명 이상 추가 배치했다. 포격 도발 이후 새로 배치한 ‘천무’ 다연장로켓의 최대 사거리는 80㎞, 단발 또는 연속으로 12발을 쏠 수 있다. 로켓 1발에는 900여발의 자탄이 들어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한 번에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 해안 절벽의 해안포 갱도 진지를 파괴하는 ‘스파이크’ 미사일도 배치했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차량탑재형 미사일로, 최대 사거리는 25㎞, 전자광학(EO)ㆍ적외선영상(IR) 유도방식을 모두 사용해 야간에도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도 배치해 기습 상륙을 시도하는 북한 공기부양정을 파괴한다. 최대 8㎞ 거리에서 다중 표적을 동시에 감시하며 파괴할 수 있다.

‘적대행위 중지’ 합의 이후에도 도발 계속돼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이 23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 전사자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합동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장관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이 23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 전사자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합동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장관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의 긴장 완화 노력도 있었다. 남과 북은 2018년 ‘9ㆍ19 평양 공동선언’과 함께 군사합의서를 만들며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며 ‘서해 NLL 일대 완충구역 설정’ 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직후부터 해안포 진지 포문을 계속 열어두며 합의를 무시했다.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9주기를 맞아 서해 NLL 부근 창린도를 직접 찾아 해안포 사격을 참관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고, 6월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9월에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NLL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격에 피살되기도 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전투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설마 북한이 공격하겠냐’는 허점을 노출했기 때문에 공격받았다”며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대비태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를 맞아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부모는 ‘명예 해병’이 됐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당시 연평부대장으로서 10년 전 오늘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