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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로 갈 확실한 길"…105분 동안 음모론만 반복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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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선거 조작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선거 조작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을 찾았다며 변호인단을 통해 기자회견을 했지만, 음모론만 반복했을 뿐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현지시간 19일 루디아니 변호사 등 기자회견 #"펜실베이니아 등에 대규모 투표 조작, 무효" #"선거에 베네수엘라·쿠바·중국 등 개입" #크렙스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1시간 45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를 통해 "승리로 갈 수 있는 아주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 길을 변호사들이 오늘 정오에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면에 나섰다. 워싱턴의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회견에서 그는 선거 감시단의 참관 없이 개표된 펜실베이니아의 60만 표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우편투표에도 조작이 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 베네수엘라와 쿠바,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대규모로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변호사인 시드니 파월은 도미니언이나 스마트매틱 등 전자 투표 업체들이 사용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베네수엘라의 휴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대부분 매체는 기자회견 내용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나온 패널들도 "무모하고 무책임한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 대부분 이미 주 법원에서 기각된 내용이라고 했다.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국장으로 있다가 최근 해임된 크리스 크렙스도 트위터를 통해 이날 기자회견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크렙스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가 조작됐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 지난 17일 트위터로 해임을 통보받았다.

그는 "이 기자회견은 미국 역사상 TV로 방송된 가장 위험한 1시간 45분이었다"며 "아마도 가장 미친 짓이었으며, 당신이 지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면(기자회견을 못 봤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글을 남겼다.

한편 줄리아니 전 시장이 선거 불복 소송에서 변호를 맡은 것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줄리아니가 트럼프 캠프에 하루 수임료로 2만 달러(약 2200만원)를 요구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복 소송을 부추기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 3월까지 트럼프 백악관에서 비서실장 대행을 지낸 믹 멀베이니도 줄리아니에게 법률 소송을 맡긴 것은 실수라고 우려했다. 그는 18일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이런 역사적으로 중요한 소송에는 유능한 선거 전문 변호사를 써야 한다"면서 "(선거 소송은) TV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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