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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목받침 빼내 차 창문 깨라" 급류 속 부자 살린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구리시에서 급류에 떠내려간 승용차에 갇혔던 40대 아버지와 초등생 아들이 소방관의 기지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19일 오전 8시 15분쯤 경기 구리시 사노동 왕숙체육공원 앞 왕숙천에서 “폭우에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피해자로부터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승용차는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폭이 좁고 수면과 거의 닿은 잠수교 형태의 작은 교량을 지나다 갑자기 불어난 폭우에 휩쓸렸다. 이 차량은 800여m가량 폭우에 휩쓸려 둥둥 떠내려갔다. 이날 왕숙천 일대는 오전 9시까지 77㎜의 폭우가 쏟아졌다.

19일 오전 경기 구리 왕숙천에서 폭우로 떠내려간 SUV 지붕 위로 대피한 부자를 소방관이 구조하는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9일 오전 경기 구리 왕숙천에서 폭우로 떠내려간 SUV 지붕 위로 대피한 부자를 소방관이 구조하는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신고를 받고 3㎞ 거리에 있는 구리소방서 119구조대가 즉시 출동했다. 구조대는 출동하면서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를 걸었다. 당시 승용차는 더는 떠내려가 가지 않고 멈춰선 상태에서 급속히 차오르는 급류에 차량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차량 문이 열리지 않고 차량 유리창도 내려가지 않는다”고 출동 중이던 소방관에게 알렸다.

19일 오전 경기 구리 왕숙천에서 폭우로 떠내려간 SUV 지붕 위로 대피한 부자를 소방관이 구조하는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9일 오전 경기 구리 왕숙천에서 폭우로 떠내려간 SUV 지붕 위로 대피한 부자를 소방관이 구조하는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목 받침 빼내 철제 지지대로 유리창 깨라”  

이에 출동 중이던 이용석(29) 소방관이 “하천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차량 전체가 잠길 수 있으니 급히 유리창을 깨고 탈출해 차량 지붕 위로 대피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소방관은 이어 “차량 시트의 목 받침을 빼낸 뒤 아래쪽 철제 지지대로 유리창을 힘껏 때리면 차량 유리창을 깨뜨릴 수 있다”고 일러줬다. 아버지는 즉시 이 소방관의 지시대로 시트 목받침으로 뒷유리창을 깬 뒤 아들과 함께 탈출해 차량 지붕 위로 대피했다.

19일 오전 SUV가 건너가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왕숙천 교량의 평소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9일 오전 SUV가 건너가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왕숙천 교량의 평소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신고 후 10분 만에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이 소방관은 구명조끼 기능의 ‘레스큐 튜브’를 등에 메고 구명조끼를 휴대한 채 배꼽까지 차오른 급류를 헤치고 사고 차량에 다가갔다. 이어 부자에게 구명 장비를 각각 착용시키고 로프를 승용차에 연결해 급류에 유실되는 것을 막았다.

이후 승용차 지붕 위에서 부자와 함께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이 당시 소방 당국은 헬기로 구조할 계획이었지만 폭우 속에 헬기가 뜰 수 없게 되자, 즉시 고무보트를 띄워 부자를 구조했다. 신고 후 53분 만에 차량에 갇혔던 부자는 안전하게 구조 완료됐다.

승용차 급류에 완전히 잠기기 직전 구조  

이들이 구조될 당시 급격히 불어난 하천물은 승용차를 거의 집어삼킬 정도로 급속히 불어났다. 이날 소방과 경찰은 구조차 4대, 구급차 2대 등 장비 15대와 총 35명의 소방경찰 인원을 동원해 긴급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 지점, 네이버 지도 캡처

사고 지점, 네이버 지도 캡처

부자를 구조한 이용석 소방관은 “차오르는 급류 속에서 승용차 안에 갇힌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버지가 침착함을 유지한 채 휴대전화를 통한 소방관의 대피 유도 지시에 잘 따라줘 만일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구리=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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