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개월쯤 되니…국민 46% "감염은 운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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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지난 9월 21일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여부가 ‘운에 달렸다’는 인식이 6개월 사이에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장년층인 20~40대의 절반 정도는 운명론적인 인식 성향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전문여론조사기관인 ㈜ 케이스탯리서치와 공동기획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의 11월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거주 성인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수집했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2.99%p이다.

코로나19 감염은 운에 달렸다?…운명론적 인식 답변 증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거나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등의 운명론적 인식 성향이 지난 5월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답변은 특히 청장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는 것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6개월 사이에 37.5%에서 46.1%로 상승했다. 또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것에 동의한 비율도 38.1%에서 46.8%로 증가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누군가가 감염되는 그 자체를 막을 수 없다’의 동의한 응답은 67.8%에서 61.7%로 소폭 감소했다.

운명론적 믿음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내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에 달렸다”의 경우 20대는 56.6%, 30대는 51.2%, 40대는 51.0%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반면 50대 이상은 40%에 미치지 못했다.

“거리두기 5단계 개편으로 감염상황 나아질 것…40.3%”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지난 7일부터 실시된 거리두기 5단계 개편에 대해서는 ‘방역과 경제의 균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이 53.7%, ‘정밀방역의 취지에 부합’ 하다는 데 동의한 응답이 55.2%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5단계의 구분이 이전에 실시한 3단계 구분보다 믿음이 간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40.8%, ‘거리두기 단계 개편으로 감염상황이 나아질 것’에는 40.3% 가 동의했다. ‘5단계 구분이 비현실적’이라는 응답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1%, 동의한다는 응답이 23.1%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6%는 거리두기 5단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개편된 거리두기 5단계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은 19.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거리두기 5단계 구분이 이해하고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대해선 32.6%가 동의 또는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 "코로나19 사태 10개월간 건강정보 이해력 향상"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코로나19 사태 10개월 동안 건강정보와 과학에 대한 이해력이 어떻게 달라졌나?’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50%는 이해력이 향상했다고 응답했고, 32.2%는 그대로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입장은 전체의 17.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해와 소통에 도움이 된 매체를 알아본 결과에서는 TV와 뉴스 등 전통 매체가 제공한 보도와 프로그램이 도움됐다는 응답이 69.2%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보도나 프로그램이 도움됐다는 응답도 18%를 차지했다.

한편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가 원론적’이라는 것에 동의한 응답은 49.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동일 문항으로 서울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40.5%)와 비교했을 때 상승한 수치다.

"방역당국 경고 무뎌진 것…3차 대유행 차단 집중해야"

유 교수는 “1단계는 방역 부재가 아닌 재정비 시기이며 1.5단계는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특히 3차 대유행 차단을 위한 사회적 집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이번 달 조사 결과 반년 전보다 내 감염은 어느 정도 운이며, 노력으로 감염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증가했고, 특히 40대 이하 청장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최근의 해당 연령대의 감염자 비율 증가는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를 원론적인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증가한 것은 방역당국의 경고에 국민들이 무뎌지는 경향의 표현일 수 있다”며, “재유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위기소통을 정비하고 전략을 강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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