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여부가 ‘운에 달렸다’는 인식이 6개월 사이에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장년층인 20~40대의 절반 정도는 운명론적인 인식 성향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전문여론조사기관인 ㈜ 케이스탯리서치와 공동기획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의 11월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거주 성인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수집했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2.99%p이다.
코로나19 감염은 운에 달렸다?…운명론적 인식 답변 증가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거나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등의 운명론적 인식 성향이 지난 5월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답변은 특히 청장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는 것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6개월 사이에 37.5%에서 46.1%로 상승했다. 또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것에 동의한 비율도 38.1%에서 46.8%로 증가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누군가가 감염되는 그 자체를 막을 수 없다’의 동의한 응답은 67.8%에서 61.7%로 소폭 감소했다.
운명론적 믿음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내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에 달렸다”의 경우 20대는 56.6%, 30대는 51.2%, 40대는 51.0%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반면 50대 이상은 40%에 미치지 못했다.
“거리두기 5단계 개편으로 감염상황 나아질 것…40.3%”
지난 7일부터 실시된 거리두기 5단계 개편에 대해서는 ‘방역과 경제의 균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이 53.7%, ‘정밀방역의 취지에 부합’ 하다는 데 동의한 응답이 55.2%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5단계의 구분이 이전에 실시한 3단계 구분보다 믿음이 간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40.8%, ‘거리두기 단계 개편으로 감염상황이 나아질 것’에는 40.3% 가 동의했다. ‘5단계 구분이 비현실적’이라는 응답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1%, 동의한다는 응답이 23.1%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6%는 거리두기 5단계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개편된 거리두기 5단계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은 19.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거리두기 5단계 구분이 이해하고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대해선 32.6%가 동의 또는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 "코로나19 사태 10개월간 건강정보 이해력 향상"
‘코로나19 사태 10개월 동안 건강정보와 과학에 대한 이해력이 어떻게 달라졌나?’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50%는 이해력이 향상했다고 응답했고, 32.2%는 그대로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입장은 전체의 17.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해와 소통에 도움이 된 매체를 알아본 결과에서는 TV와 뉴스 등 전통 매체가 제공한 보도와 프로그램이 도움됐다는 응답이 69.2%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보도나 프로그램이 도움됐다는 응답도 18%를 차지했다.
한편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가 원론적’이라는 것에 동의한 응답은 49.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동일 문항으로 서울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40.5%)와 비교했을 때 상승한 수치다.
"방역당국 경고 무뎌진 것…3차 대유행 차단 집중해야"
유 교수는 “1단계는 방역 부재가 아닌 재정비 시기이며 1.5단계는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특히 3차 대유행 차단을 위한 사회적 집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이번 달 조사 결과 반년 전보다 내 감염은 어느 정도 운이며, 노력으로 감염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증가했고, 특히 40대 이하 청장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최근의 해당 연령대의 감염자 비율 증가는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를 원론적인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증가한 것은 방역당국의 경고에 국민들이 무뎌지는 경향의 표현일 수 있다”며, “재유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위기소통을 정비하고 전략을 강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