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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단골 바가지" 中당국에 딱 걸린 알리바바·텐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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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과 마화텅

2018년 12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AP=연합뉴스]

2018년 12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AP=연합뉴스]

몇 년 전부터 중국 부자 1·2위를 두 남자가 다툰다. 지난 6일 포브스 차이나의 중국 부자 순위에서도 마윈이 1위, 마화텅이 2위다. 다른 조사에서도 순위만 바뀔 뿐 두 사람이 1·2위를 차지한다.

지난 6일 포브스차이나가 공개한 중국 부자 순위. 1위가 마윈, 2위가 마화텅이다. [포브스차이나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포브스차이나가 공개한 중국 부자 순위. 1위가 마윈, 2위가 마화텅이다. [포브스차이나 홈페이지 캡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만든 두 사람이 중국 최고 부자란 사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중국에서 돈을 가장 많이 끌어 모은다는 걸 의미한다. 핀둬둬의 황정, 바이트댄스(틱톡)의 장이밍, 징둥닷컴의 류창둥 등도 만만치 않다. 5월 중국 경제 월간지 신차이푸(新財富)가 조사한 중국 500대 부호 중 20%(96명)가 IT 기업가다.

이들이 떨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닛케이아시안리뷰 캡처]

중국 당국이 10일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발표한 '플랫폼 경제분야 반독점 지침’ 초안을 통해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한다고 했다.

당국이 내건 명분은 이거다. IT 공룡들이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소비자를 우롱해 돈 버는 걸 막겠다.

[차이나데일리 캡처]

[차이나데일리 캡처]

어떤 행위를 막나. 초안을 보자. 중국 남방일보에 따르면 초안이 규정한 차별 행위는 크게 4가지다. 첫째,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판매 가격을 다르게 설정한다. 둘째,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아예 업체별로 다른 계약 조건과 계약금을 설정한다. 셋째, 동일하지 않은 기준과 규칙,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넷째, 동일한 지급 조건과 계약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다. 4가지로 규정했지만, 문제의식은 하나로 꿰어진다.

거대 IT기업이 빅데이터를 악용한다는 거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이들이 빅데이터를 소비자와 거래 기업에 더 좋은 가격과 계약 조건을 제공하는 데 쓰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오히려 소비자와 거래 업체의 약점을 찾는 데 쓴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빅데이터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매우 열광하는 ‘단골손님’ 소비자를 찾아낸다. 그러면 이들에게 더 좋은 조건의 가격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반 소비자보다 가격을 올려 받는다. ‘충성고객’인 이들이 어차피 해당 제품과 브랜드를 살 거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솽스이 행사 당일 징둥 닷컴 본사 직원들이 회사에서 사진 촬영에 앞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1일 솽스이 행사 당일 징둥 닷컴 본사 직원들이 회사에서 사진 촬영에 앞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단골손님을 ‘호갱(호구 손님)’ 취급하려고 빅데이터를 쓴 셈이다. 거래기업에도 똑같다. 자신들이 ‘갑’인 걸 알면 거래 업체에 계약 조건이나 방식도 다르게 적용하는 거다.

중국 소비자들, 이런 일을 많이 겪었나 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소비자 사이에선 여행 업체,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 서비스 등의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이 거래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별로 ‘가격 차별’ 행위를 해왔다는 우려가 컸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IT 공룡들이 하는 온라인 소액대출 사업도 이런 이유로 불안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서비스(알리페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소액대출, 보험 등에서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텐센트도 모바일 결제 위챗페이에 고객들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 등 금융업을 하고 있다. 징둥닷컴 역시 온라인 소비자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무한 연기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게 중국 언론의 보도다.

관련 당국자도 공개 경고에 나섰다. 샤오위엔치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험관리실장은 14일 "일부 기업이 '덩치가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해 사회 위험을 높이는 걸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지금일까.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IPO 이틀 전까지 앤트그룹의 증시 입성을 막지 않았을까. 규제 초안에 언급한 IT 공룡들의 문제를 알았다면 사전에 차단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았나.

해외 언론들이 이번 규제 초안 발표 배경을 의심하는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는 "알리바바의 불공정한 거래 행태를 중국 정부가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며 “반독점 규제 지침 발표 타이밍이 의심을 살 만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일시적인 단속을 벌였을 뿐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이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덩치를 키워 온 것을 방치해왔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의구심을 ‘확신(?)으로 만드는 보도가 13일 나왔다. WSJ 보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0월 24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중국 금융연설 내용을 보고받은 뒤 격노해 앤트그룹의 IPO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는 거다. 시 주석이 너무 커진 IT 공룡들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 이유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장기적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쌍순환’을 경제 대책으로 내세운 시 주석이다. 내수 성장이 지상 과제다. 셰원 전 야후차이나 사장은 “온라인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판단한 정부가 더 많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어쨌든 중국 IT 거부(巨富), 바짝 엎드렸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위챗페이 운영 계열사인 차이푸통(財富通)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독점 초안에 대해서도 텐센트는 “규제는 새로운 게 아니고 우리의 철학과 같다”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도 숨죽인 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시 주석의 “동작그만” 신호는 중국 IT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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