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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 아니, 못 해!" 中 학부모들이 뿔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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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 아니, 못 해!" 

[CCTV 캡처]

[CCTV 캡처]

장쑤성 한 학부모가 내뱉은 말이 화제다. 이 남자는 "더는 못 해 먹겠다."라며 학부모들과 선생님들 '학부모 단톡방'을 뛰쳐나왔다.

그가 말한 이유는 이렇다. 선생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부모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학부모에게 아이들 작문과 더불어 첨삭까지 도와주라는 '숙제'를 내 주자, 영상의 남자는 분통을 터뜨리며 단톡방을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에게 '숙제 검사'를 하는 단톡방 내용 캡처[CCTV 캡처]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에게 '숙제 검사'를 하는 단톡방 내용 캡처[CCTV 캡처]

많은 학부모의 공분을 산 위챗 내용이다. 마치 숙제 안 한 학생들을 혼내듯, 선생님이 '숙제'를 하지 않은 학부모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혼내고(?) 있는 장면이다.

"선생님이 선생 일 안 해…." vs "학부모가 숙제 봐 줄 수도 있지"

해당 글은 중국 SNS 웨이보에서 화제가 되면서 열띤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선생님들의 '도를 넘어선' 일 떠넘기기 현상을 비판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CCTV에서 인터뷰한 한 가장은 회사에서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와 아이 숙제까지 봐주고 나면, 새벽 2, 3시에 잠드는 게 일쑤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기 위해 부모가 할애해야 할 시간이 적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일 야근 후 새벽에 돌아와, 아이의 숙제까지 봐줘야 한다며 고충 호소하는 학부모 [CCTV 캡처]

매일 야근 후 새벽에 돌아와, 아이의 숙제까지 봐줘야 한다며 고충 호소하는 학부모 [CCTV 캡처]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학부모가 자녀들의 작문 숙제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중국에서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숙제와 작문을 봐주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가장 잘 지도할 수 있다는 관념 때문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극한 직업'의 선생님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가해자'로 몰린 선생님들. 과연 이들은 할 말이 없을까.

선생님들도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마는 않다고 한다. 부모들을 닦달하는 선생님들도 과중한 '교실 밖'의 업무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단톡방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선생님 [CCTV 캡처]

학부모 단톡방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선생님 [CCTV 캡처]

'학부모 단톡방'이라는 것이 생긴 이후, 선생님들은 부가적인 일들이 더 늘었다.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등교 사진이나, 수업 장면 등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톡방 대화들에 노출되어 있는 교사들 [CCTV 캡처]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톡방 대화들에 노출되어 있는 교사들 [CCTV 캡처]

또한 실시간으로, 핸드폰을 통해 학부모들을 응대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선생님들은 지속해서 학부모들의 메시지와 문의들에 실시간으로 노출되어 있다.

선생님들 역시 '톡방 지옥' 속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퇴근해도 '내 시간' 없이 업무의 연장인 선생님들은 단톡방으로 인한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과외'의 일들 때문에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학부모들에게 일부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단톡방'인가?

[진르터우탸오]

[진르터우탸오]

말 많고, 탈 많은 학부모 단톡방. 장쑤성의 한 학부모의 영상으로 시작된 현재 논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톡방의 존재 자체가 학부모와 선생님 쌍방에 스트레스라는 점에는,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겪지 못한 스트레스'라고 호소하면서 말이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혹자는 이 사례가 스마트폰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마트 기기로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는 편리함을 주었지만, 그만큼의 개인적 시간과 공간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랩 허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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