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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호수‘서 개발하는 美무기···전투기 추락에 관심 커진 이곳

중앙일보

입력 2020.11.17 05:00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에 있는 전투기의 모습. [사진 피카사]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에 있는 전투기의 모습. [사진 피카사]

지난 10월 20일 미국 해군의 F / 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추락했다. 차세대 기종이 나왔지만, 아직 미 해군에서 잘 쓰고 있는 주력 기체다. 미 해군 대변인인 리디아 보크 소령은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7년 비행 중인 미 해군의 F/A-18E 전투기. 지난 10월 20일 같은 기종의 전투기가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가 있는 차이나 레이크 인근에서 추락했다. [AP=연합뉴스]

2017년 비행 중인 미 해군의 F/A-18E 전투기. 지난 10월 20일 같은 기종의 전투기가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가 있는 차이나 레이크 인근에서 추락했다. [AP=연합뉴스]

“사고는 오전 10시 10분에 발생했다. (사고 기체는) ‘해군 항공 무기 기지 차이나 레이크(Naval Air Weapons Station China lake, NAWS China lake)’ 남쪽에 있는 슈페리어 계곡에서 정기 비행훈련 중이었다. 조종사는 무사히 탈출했고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이나 레이크(China lake)?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그렇다. 말 그대로 중국 호수다. 미국 땅에 중국 호수란 이름을 가진 곳이 있고, 여기에 미 해군 군사기지가 있다니. 슈퍼호넷 추락 사건이 알려진 이후 중국 네티즌들이 이곳에 관심이 가질만하다. 미·중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탓이리라.

중국 호수는 어떤 곳일까.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약 270㎞ 떨어져 있다. 이름과 달리 지금은 메마른 사막 지대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오랜 기후 변화로 물이 말랐다고 한다.

차이나레이크 박물관에 전시된 미 해군 호넷 전투기 모형.[차이나레이크 박물관 재단 페이스북 캡처]

차이나레이크 박물관에 전시된 미 해군 호넷 전투기 모형.[차이나레이크 박물관 재단 페이스북 캡처]

왜 ‘중국’을 붙였을까. 미국과 중국 근대사를 봐야 한다. 19세기 말 많은 중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미국 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이른바 ‘쿨리(Coolie, 苦力)’라 불리는 저임금 노동자로 생활했다. 공업원료인 붕사(硼砂)를 이곳에서 채취하기 위해 많은 쿨리들이 동원됐다. ‘중국인들이 모여 지낸 호수’란 의미의 '차이나 레이크'는 여기서 생겨났다.

20세기부터 중국 호수는 대변신한다.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 표지판. [사진 피카사]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 표지판. [사진 피카사]

붕사만 많은 황무지였던 곳이다. 이런 장소가 미국 군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알만한 유명한 곳으로 변모한다. 1940년대부터 미 해군의 전략 무기들이 여기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 해군은 항공무기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꼈고, 많은 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했다. 전투기 미사일을 주로 개발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군사 시설로서 차이나 레이크의 입지는 최적이었다. 첫째, 황무지라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았다. 보안 유지가 가능했다. 둘째, 번화가와 멀리 떨어져 있다. 군인과 연구진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날씨는 대부분 맑았다. 거의 매일 실험과 훈련을 할 수 있다. 땅도 탁 트여 있어 전투기가 실전 훈련을 하기에도 딱이다.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 로고. [진르터우탸오 캡처]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 로고. [진르터우탸오 캡처]

해군 병기시험소(NOTS), 해군 무기센터(NWC)에서 1992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다. 미 해군이 임대하고 있는 지역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9년 지진 당시 차이나 레이크 모습. [미국 지질조사국(USGS) 홈페이지 캡처]

2019년 지진 당시 차이나 레이크 모습. [미국 지질조사국(USGS) 홈페이지 캡처]

이 기지는 지난해 7월 이후 작전 수행을 못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를 강타한 규모 6~7의 강진 때문이다. 기지 시설 대부분이 부서졌다. 복구에만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지진 당시 캘리포니아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의 모습. [AFP=연합뉴스]

2019년 7월 지진 당시 캘리포니아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NAWS)의 모습.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미 해군은 기지를 살려내 다시 쓸 생각이다.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사진 피카사]

[사진 피카사]

NAWS에서 개발된 화려한 무기를 보면 그럴만하다. 2차 대전 이후 미 해군이 만든 미사일 대부분이 이 기지와 관련이 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슬램-이알), AIM-9 사이드와인더, AGM-88 고속 레이더 파괴용 공대지 미사일(HARM) 등이 대표적이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사진 위키피디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사진 위키피디아]

이 외에도 전투기와 함대가 쏘는 다양한 미사일이 개발됐다. 미국의 핵무기 개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 일부도 여기서 진행됐다고 한다. 무기 개발의 최적지인 이곳을 미국은 포기하지 못한다.

중국도 이곳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사진 피카사]

[사진 피카사]

미·중 신냉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트럼프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어도 달라질 건 없다. 더 치밀해지고 전격적일 수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선 내일이라도 미국과 중국군이 충돌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중국 군함과 전투기로 날아가는 미군 미사일, ‘NAWS 차이나 레이크’에서 개발한 것이 될 확률이 높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NAWS는 항상 미국의 주적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했다. 2차대전엔 일본, 냉전 시기엔 소련을 겨냥했다.

‘중국 호수’는 이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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