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전쟁나면 우리 도울까"…바이든이 불안한 대만

중앙일보

입력 2020.11.10 05:00

업데이트 2020.11.10 07:28

[ketagalanmedia.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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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변하는 건 없습니다."

[사진 대만 총통실]

[사진 대만 총통실]

지난 5일 오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떤 결과? 미국 대통령 선거다. 뭐가 변하지 않나? 대만과 미국 관계다.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대만 국민들에게 남겼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대만 국민들에게 남겼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차이 총통은 글에서 “(대만 정부는) 미 정부와 상하원, 양대 정당 싱크탱크, 민간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대선 결과가 어떻든 이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관계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대만 국민들에게 남겼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대만 국민들에게 남겼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이런 말, 많은 나라가 한다. 한국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나서 “누가 당선되든 한미 동맹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정부의 원론적 발언이다. 하지만 국가 정상이 직접 말하는 경우는 잘 없다. 왜 차이 총통이 직접 나서서 세세히 설명해야 했을까.

새 백악관 주인, 바이든이 될 것 같아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댈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웃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댈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웃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차이 총통이 직접 민심 달래기에 나선 거다. 바이든 후보는 7일(현지시간) 미국 댈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까지 소송을 낸다고 하지만, 현재로선 바이든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는 건 확실해 보인다.

대만 국민 상당수는 트럼프의 당선을 바랐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민이 미국 대선 결과를 다룬 대만 신문 중국시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민이 미국 대선 결과를 다룬 대만 신문 중국시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만인 중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42%였다. 바이든은 30%에 그쳤다.

[자료 : 유고브]

[자료 : 유고브]

트럼프가 보여온 노골적 친(親) 대만 행보 때문이다. 올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지 40여 년 만에 대만 땅을 밟은 미국 최고위급 인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만나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 [타이완뉴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만나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 [타이완뉴스 캡처]

정치적 쇼만 한 게 아니다. 미국은 자국 전략 자산 무기의 대만 수출을 지난달부터 잇따라 승인했다. 트럭 기반 로켓 발사대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슬램이알(SLAM-ER)이다.

MQ-9 시가디언(Seaguardian).[uasvision.com 캡처]

MQ-9 시가디언(Seaguardian).[uasvision.com 캡처]

전투기용 외부 '하푼 해안 방어 시스템'(HCDS)에 최신형 드론인 MQ-9시가디언(Seaguardian)도 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대만의 든든한 뒷배를 자처한 트럼프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민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노트북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민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노트북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렇기에 대만은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친트럼프 성향을 드러냈다. 미국 주재 대만 대표부는 최근 트위터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 우익단체의 글을 공유했다. 영부인 멜라니아의 선거 지원 유세 트윗도 리트윗했다. 논란이 커지자 내용을 지웠다. 대만 내에선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유세에 나서는 모습이 종종 드러났다.

반면 바이든은 불안해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함께 양국 언어로 쓰인 티셔츠를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함께 양국 언어로 쓰인 티셔츠를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가 미국 정치인 중 대표적 친중파라서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후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차례나 지내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중국 지도자 모두를 상대했다. 특히 시진핑과는 2011년 부통령일 때 부주석이던 시진핑과 처음 만나 여러 차례 회동했다.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중국 기업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ketagalanmedia.com 캡처]

[ketagalanmedia.com 캡처]

더구나 차이잉원의 대만 민진당은 미 민주당 정부와 일해 본 경험이 없다. 민진당 천수이벤 총통 시절엔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차이잉원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대만 총통은 국민당의 마잉주다.

물론 바이든엔 다른 면도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는 “바이든은 1979년 대만과 단교 당시 ‘대만 관계법’ 제정을 적극 지지했다”며 “그는 당시 중국에 의해 대만이 점령당하면 미국의 안보 이익도 위태로워진다고 강변했다”고 전했다. 대만 관계법엔 대만해협에서 유사시 분쟁이 발생하면 의회가 대통령에게 참전을 권유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월 바이든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재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바이든 트위터 캡처]

지난 1월 바이든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재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바이든 트위터 캡처]

지난 1월 차이잉원이 총통에 재선하자 바이든은 트위터로 직접 축하 메시지도 남겼다. 차이잉원을 눈엣가시로 여긴 시진핑 눈치를 봤다면 못 할 짓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바이든도 미국 내 강한 반중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7월 발표한 민주당 정강에선 20년 만에 ‘하나의 중국’ 용어가 사라졌다. 로슬린슈에 미 템플대 교수는 “’하나의 중국’ 삭제는 (바이든이) 미국 대만 관계에서 기존 민주당과 다른 유연함을 보일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미 외교잡지 디플로맷은 “차이잉원은 공식 독립보단 현상 유지를 통한 실리를 추구한다”며 “이는 바이든에게 대만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만드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대만인은 불안하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의 대만 무력통일(武統) 엄포가 실제 위협으로 다가와서다. 중국은 연일 무력시위를 대만 해협에서 벌인다. 대만도 전시를 방불케 하는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수시로 군부대를 방문한다.

"전쟁 나면 바이든의 미국, 우리를 도울까?"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군사학교 입학 관련 독려 행사에서 군인들과 한 어린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군사학교 입학 관련 독려 행사에서 군인들과 한 어린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의구심을 대만인은 못 떨친다. 대만인 빅터린은 B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중국이 화를 낼까 봐 (트럼프가 했던) ‘도발적 조치’를 못할 것”이라며 “그는 중국과 보조를 맞춰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지도자다. 최근 표현이 강경해졌더라도 중국 침공이 임박했다고 걱정하는 대만 국민 귀에는 (그의 말이)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은 바이든 집권 후에도 미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차이잉원 총통, 그가 페이스북에서 말한 대로 말이다. 그래서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차이 총통의 정치력을 대만 국민, 아니 세계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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