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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추천위 빈손 종료에 野 "짜고 쳤다"…與, 법 재개정 돌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재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3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공수처 추천위는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조재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3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공수처 추천위는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추천 작업이 18일 중단됐다. 공수처장 추천위가 세 차례 표결을 시도했지만 ‘6인 이상 찬성’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를 추려내지 못했다. 추천위는 이날 4시간 40분간 회의를 끝내고 “야당 추천위원 2인이 회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위원회 결의로 부결됐고, 이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표결 3회 시도 후 "종료"

추천위는 이날 3차 회의에서 심사대상자 10인의 추가제출 자료를 살펴보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자료를 통해 “사건수임 및 부동산거래 내역 등을 면밀히 검증했고, 각 심사대상자의 공수처장으로서 자질 및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밝혔다”고 알렸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추천위원의 이름을 쓰는 기명식 표결이 (1차로) 있었지만 6명 찬성표를 아무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6표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추천위원들은 “다수득표자 4인을 상대로 다시 한번 투표하자”고 결의했다. 하지만 세 번째 표결에서도 추천위원 7인 중 6인의 찬성을 얻은 후보가 없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원은 4명까지 압축됐다”며“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회장 문답 일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9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57·16기),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61·15기) 등 3명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2020.11.9/뉴스1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9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57·16기),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61·15기) 등 3명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2020.11.9/뉴스1

4명이 누군가.
배제된 후보가 나오므로 말하기 어렵다.
첫 번째 표결에서 4명으로 추렸나.
아니다. 첫 번째에 추리지 못하고 다시 한번 투표를 했다. (마지막에) 4명으로 (투표)해보자고도 했는데 결국 안됐다.
표결 중 최다 득표자는 몇표를 받았나.
막판에 5표를 받은 2명이 있다.
추천위는 해산하나.
차기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국회)의장이 소집하거나 위원장(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아니면…(소집이 어렵다).

이 회장은 기자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공수처장을 뽑는 회의가 정치의 연장선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천위 구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후보 추천위 자체가 계속해서 정치적 대리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다. “공수처 문제는 원래 정치에서 시작한 거니까 다시 정치로 돌아가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도 했다.

“짜고 쳤다” 野 반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표결의 최다득표자 2인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라고 한다. 김 변호사는 변협이, 전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추천했다. 최종 4인 중 나머지 두 명은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한명관 변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 모두 변협 추천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야당이 추천한 후보들만 4명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나머지 위원들이) 짜고 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회의를 속개해 심사 절차를 계속해야 한다”(이헌 변호사)고 공개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후보 추천위가 끝나는 건 매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굉장히 유감”이라며“나름대로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추천위원 3분의 1 이상이 속개를 요청하면 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지만, 야당 추천위원 2인만으로는 속개 요청 요건(3명)을 채울 수 없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삼권분립에 따라 최소한의 중립을 지켜야 할 법원행정처장조차 정부·여당의 자발적 수족이 됐다”며 “더는 문재인 정권의 후안무치한 법치 파괴에 휘둘리지 말고 추천위 회의에 복귀하라”고 논평했다.

재개정 카드 꺼내는 與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촛불에 담긴 간절함에 보답하기 위해 범여권 180석의 강력한 힘을 중단 없는 개혁에 쏟아부어야 한다“며 ’공수처 연내 설치“를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촛불에 담긴 간절함에 보답하기 위해 범여권 180석의 강력한 힘을 중단 없는 개혁에 쏟아부어야 한다“며 ’공수처 연내 설치“를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오전 “오늘까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당연히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밟겠다”(신영대 대변인)던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공수처법 재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사실상 국민의힘의 반대로 합의에 의한 추천이 좌절된 것”이라며 “우리는 넉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의힘을 설득하고 기다렸다. 법을 개정해서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고 브리핑했다.

공은 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공수처 출범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야당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3분의 2 이상(5명) 찬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한 의결구조 개선안을 소위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3건(백혜련안·박범계안·김용민안), 국민의힘은 1건(유상범안)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법사위 소속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의결정족수(6인) 조건만 고치면 국민의힘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추천위원 선정 과정, 추천 기간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김효성·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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