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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론 vs 신중론' 여야 온도차에…공수처장 후보 압축 무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재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추천위원들은 10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검증 절차를 진행했지만, 후보 압축에 실패했다. 뉴스1

조재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추천위원들은 10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검증 절차를 진행했지만, 후보 압축에 실패했다. 뉴스1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를 두 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끝장 토론’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결됐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조재연 위원장)는 13일 10인의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검증 및 2배수 압축 절차에 돌입했지만, 추천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배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측 추천위원과 당연직 추천위원 3인(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의 의견이 충돌했다.

추천위는 이날 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후보 검증 기준에 대해선 추천위원 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10명의 후보 중 ‘배제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측 추천위원과 세 명의 당연직 추천위원 간 상호 입장을 조율하는데 실패했다”며 “후보자 추천을 위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추천위는 오는 18일 추가 회의를 소집해 재차 공수처장 후보 압축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기존 검증 항목인 병역·재산 내역 외에도 과거 이력과 정치 성향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야당 추천위원들은 정당 가입 이력이 있는 후보에 대해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의견을 표명하며 추가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13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13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원들께서 제시된 10명의 후보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니 조금 더 알아보자는 의견을 냈다”며 “(각 추천위원이) 어떤 관점에서 (후보를) 추천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상호 피력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10인의 후보 외에 추가적인 후보 추천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vs "신중하게" 

7인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과 박병석(왼쪽 넷째) 국회의장.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뉴시스

7인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과 박병석(왼쪽 넷째) 국회의장.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뉴시스

여당 측 추천위원인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는 이날 회의에서 후보 추천 절차의 신속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7월 15일)이 4개월이나 지난 만큼 후보 압축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종결하자는 취지였다.

반면 야당 측 추천위원인 임정혁·이헌 변호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원 간 신속하게 추천 절차를 진행하자는 입장과 신중하게 하자는 입장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추천위원 간 쟁점은 뭐였나
(후보 추천 절차 관련) 신속론과 신중론으로 입장이 갈렸다. (추천위원 간) 계속 접점을 찾지 못해서 시간이 걸렸다.  
후보에 대해 어떤 부분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나
(후보) 두 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다 보니 기초적 인사검증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병역·재산·가족관계·부동산 등인데 후보 중 상당수는 해당 자료가 누락됐다.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것도 있고 본인 해명이 필요한 것도 있다.  
다음 회의엔 후보들을 부르나.
회의에서 제안했지만 (의견에) 따르지 않는 분들이 계셨다. 저쪽(여당)에서 비토권을 행사한 거다. 저희는 직접 면담은 아니더라도 서면 답변을 받거나 간접적으로라도 (답변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미경 검증' 전략 성공하나

다음 회의 일정을 잡았지만, 그때 최종 후보 두 명을 압축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실제 회의 후 익명을 원한 한 추천위원은 “야당 추천위원들의 시간 끌기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당이나 야당 추천위원들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의사 표명을 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10인의 후보에 대한 강점 소개와 문제 제기, 그에 대한 당사자의 해명을 전화나 문자로 묻고 전달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마쳤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달 내에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민주당의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은 내실과 속도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주장을 ‘발목잡기’로 비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더 철저하게 검증하자는 요청에 대해 ‘대충 하고 빨리 끝내자’고 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야당 측에서 계속 검증 항목을 추가한다면 추천 절차가 하염없이 늘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은 공수처장 후보는 총 10명이다. 여당 측에선 판사 출신인 전종민·권동주 변호사를, 야당은 검사 출신인 석동현·김경수·강찬우 변호사를 추천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전현정 변호사를,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 후보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 등 3명이다.

추천위가 초대 공수처장 후보 2인을 최종 선정하면 대통령이 이 중 한명을 지명하는 것으로 추천 절차는 완료된다. 최종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공수처장으로 임명된다.

정진우·김기정·김홍범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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