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수처장에 민주당 '수도권·판사 출신', 국민의힘 'PK·검사 출신' 추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의에서 모두 조속한 공수처 출범을 강조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의에서 모두 조속한 공수처 출범을 강조했다. [뉴스1]

9일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판사 출신 2인을, 국민의힘은 PK(부산·경남)·검사 출신 4인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서류 마감일인 이날 여야는 기존의 상반된 기조를 되풀이하며 갈등을 예고했다.

민주당 측 공수처장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이날 “사법연수원 24기 전종민(53) 변호사와 26기 권동주(52)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다”며 “두 사람 모두 법원, 판사 출신 법조인”이라고 밝혔다. 98년 임관해 2006년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난 전 변호사는 2016~2017년 박영수 특검팀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청구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권 변호사는 18년 가까이 판사로 재직하다 지난 2018년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이때부터 대통령의 위촉을 받아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친여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전 변호사는 서울, 권 변호사는 충북 영동 출신이다.

국민의힘 공수처장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석동현(60) 전 동부지검장, 손기호(61)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총장, 김경수(60) 전 대구고검장, 강찬우(58) 전 수원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 후보 4인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비(非) 검사 선호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는 결정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추천위원 두 사람이 각각 두분씩 추천한 걸로 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추천위원 두 사람이 각각 두분씩 추천한 걸로 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지난 2012년 청 소속 전모 검사 성추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석 전 지검장(사법연수원 15기)은 검찰 중간간부 시절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지냈다. 옛 대검 중앙수사부(반부패수사부)장을 지낸 김 전 고검장(17기)과 강 전 지검장(18기)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출신이다. 석 전 지검장과 손 전 사무총장(17기)은 부산, 김 전 고검장과 강 전 지검장은 각각 경남 진주와 하동이 고향으로 4인 모두 PK 출신이기도 하다.

“11월 내 출범” vs “눈감고 동의 못 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속한 (공수처) 출범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추천위가 향후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해 이달 안에 처장이 임명되길 바란다.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1월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임해달라. 야당도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왜 이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주호영 원내대표)는 반응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자료를 검증해 본 뒤 동의 여부를 거쳐야 한다. 우격다짐으로 11월까지 한다는 것은 자기들이 추천한 사람을 눈감고 동의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추천 인사 관심

이날 각 당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우리 쪽 인사가 과연 되겠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공수처를 둘러싼 진영 대립이 첨예해 정치색이 뚜렷한 정치권 추천 인사는 낙마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여야 추천위원들은 앞서 후보 물색 단계에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왼쪽부터)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왼쪽부터)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초대 공수처장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게 추천 과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다”고 전했다. 막판 진통 끝에 후보 본인 동의를 거쳐 추천서류를 접수했지만, 공수처장이 되기까지는 ▶추천위 7인 중 6인 동의와 ▶국회 청문회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반사적으로 이날 명단이 공개된 대한변협 추천 후보 3인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여야 모두에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전 수원지방검찰청장의 성향·과거 행적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흘렀다.

추천위는 나흘 뒤(13일) 서류 접수자들에 대한 첫 심사를 진행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견제 취지에 부합하는 분이라면 굳이 긴 시간이 필요 없다”며 “이번 주 회의에서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결론 내야 11월 청문회가 가능하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야당 비토권으로 조금 시간을 벌 순 있지만, 민주당이 법 개정까지 예고하며 압박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의 공수처 속도전에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