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하듯 "요시", "스코모" 애칭 부른 스가

중앙일보

입력

“요시”, “스코모”

일본·호주 정상회담 20분간 단독 면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강화" #'트럼프 유산'에 냉랭한 바이든 의식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7일 정상회담에서 서로 애칭을 불렀다고 일본 언론들이 18일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팔꿈치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팔꿈치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리슨 총리는 스가 총리 취임 후 일본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다. 정상회담 첫머리에서 스가 총리가 영어로 “웰컴 투 재팬”이라고 하자, 모리슨 총리는 “이제부터 총리는 ‘요시’라고 부르겠다. 나를 ‘스코모(스콧 모리슨의 줄임)’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둘은 이후 만찬 등에서도 서로 “요시”, “스코모”라고 부르며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가 총리는 회담에서 “일본·호주는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로, 그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도 “스가 총리와 일본에서 처음 만난 정상이 된 것은 호주에 있어서 중요하다”면서 “일본·호주는 경제, 무역, 문화, 사회적인 관계에 머무르지 않는 전략적 관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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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만찬을 포함해 약 2시간 반 동안 함께 했으며, 이 가운데 약 20분은 통역만 배석한 채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두 정상이 애칭을 부르며 호감을 표시했다는 점은 전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로맨스'를 떠올리게 한다.

두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현을 위한 연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베 정권이 제안하고 트럼프 정권이 호응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경제협력 구상이다. 지난 10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이 도쿄에서 회담(QUAD)을 갖고 회담 정례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총리 관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모리슨 총리로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메달을 건네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총리 관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모리슨 총리로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메달을 건네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내년 1월 취임하게 될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스가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인도·태평양’에 대해 ‘자유롭고 열린’이라는 말 대신 ‘번영하고 안정된’이라는 문구를 썼다.

미국의 참여가 악해지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일본·호주 두 정상은 연대 강화는 출범을 앞둔 미국 바이든 정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의 계승을 앞세우고 있는 스가 정권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 후퇴하면, 외교 실점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력 중요성을 심어주겠다는 두 정상의 공통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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