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1등 도착해야" 日 스가, 바이든과 첫번째 정상회담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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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제일 먼저 도착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일본 정부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바이든 당선자의 첫 정상회담을 위한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고 지지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취임식 직후 2월 중 회담 일정 조정 시작 #트럼프·오바마 취임후 첫 회담 일본 택해 #이번만 늦어지면 "스가, 외교 못한다" 평가 우려

지난 7일 지지자들 앞에서 웃음을 터뜨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연합뉴스]

지난 7일 지지자들 앞에서 웃음을 터뜨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와 조기에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강력한 미·일 동맹'을 주변국에 보여주기 위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정상회담을 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시기는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2월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도 9일 총리관저에서 방미 또는 미국 새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 일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타이밍을 보며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미 바이든 진영에 대면 정상회담과 전화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오바마도 일본 총리와 첫 회담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어떤 순서로 각국 정상을 만나는지가 미국이 상대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는 일본이 '1순위' 였다.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로부터 9일 후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비공식 협의를 했다. 이어 2017년 초 취임식 3주 뒤에 공식 대면 회담이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첫 정상회담 상대로 당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를 선택했다.

특히 동중국해 등에서 군사행동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핵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인 한·일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미·일 협조의 필요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한 외무성 간부는 지지통신에 "미·일간에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아소보다 늦으면 안 돼' 조바심도

아소·아베 두 전 총리의 방미가 빠른 타이밍에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만 늦어질 경우 "외교 분야에 취약하다"는 스가 총리에 대한 그간의 부정적 평가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8일 오전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당초 미국 대선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의 고민은 깊었다. 바이든 당선자의 우세를 전망하면서도 그동안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도 배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자가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는 스가 총리의 축하 메시지 발표를 자제할 방침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바이든 당선자와의 향후 관계를 고려해 메시지 전달이 너무 늦어지지도 않도록 고심했다.

결국 스가 총리는 일본 시간으로 8일 새벽 미국 언론들의 당선자 확정 보도가 나온 후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8일 오전에야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에서는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타이밍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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