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중저가 폰 사업 결국 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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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가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사업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조원에 매각…이르면 15일 발표 #미국 제재로 반도체 수급 차질 #스마트폰 판매량 4분의1 떼내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 사업 부문을 유통사인 디지털차이나그룹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1000억 위안(약 16조8000억원)에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에는 선전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자회사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은 브랜드와 연구·개발(R&D)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아너의 자산 일체다. 아너의 경영진과 8000명 수준의 인력도 모두 승계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가 빠르면 이번 주 일요일에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중국 언론 디이차이징 역시 아너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매각 방향이 정해졌으며 조만간 최종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너는 화웨이가 2013년 설립한 서브 브랜드다. 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실용적인 제품을 선보여왔다. 200달러 내외의 저렴한 제품을 주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도에서다. 연구·개발과 부품 조달은 물론 판매 유통망까지 화웨이 브랜드와는 별도로 조직돼있다.

아너를 인수하는 디지털차이나그룹은 선전시를 거점으로 휴대전화 유통과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디지털차이나그룹은 15% 정도의 아너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선전시 지원을 받는 3개 투자기업도 각각 10~15% 정도의 아너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하는 이유는 미국 제재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날리스의 모지아 애널리스트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에 제한된 수의 스마트폰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너보단 화웨이 브랜드에 우선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너를 떼어 내면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의 글로벌 점유율 경쟁에서도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중 아너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5580만대인데, 이 중 4분의 1가량인 1460만대가 아너 제품이었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는 삼성전자가 1위(2억9510만대)를 차지했고, 화웨이가 2억4000만대로 뒤를 이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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