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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지옥에 ‘탈서울’…서울시민, 경기도 아파트 3만채 샀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전세난'에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매매가가 급상승한 김포시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의 '전세난'에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매매가가 급상승한 김포시 아파트 모습. 뉴스1.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3만3000채를 넘어 15년 만에 최고치다. 이들이 경기도 아파트 중 가장 많이 산 곳은 고양ㆍ남양주ㆍ김포시 등이었다. 지난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서울 전셋값은 치솟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실수요자들이 경기도 내 아파트 매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서울의 전세난이 불러온 ‘탈 서울’ 현상이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건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건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1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의 ‘거주지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1~9월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아파트 3만3695채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감정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에서 가장 선호한 지역은 고양시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9월까지 4246채를 구입해 연간 평균(2202채)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남양주(3436채), 김포(2995채), 용인(2920채), 의정부시(2184채) 등이 뒤를 이었다.

매입 증가 폭은 김포시가 가장 컸다. 서울 거주자가 예년에는 288가구 정도를 매입했지만, 올해는 2995가구를 사들였다. 상승률은 연간 평균대비 264%를 넘어섰다. 김포는 수도권에서 몇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탈서울 불씨된 '전셋값', 중위값 5억 돌파 

서울 거주자가 많이 매입한 곳.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거주자가 많이 매입한 곳.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거주자가 ‘탈서울’을 선택한 데는 전세난 영향이 컸다. 전셋값은 치솟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차라리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집을 사는 ‘매매 수요’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아파트 전셋값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값. KB부동산)은 5억804만원까지 상승했다. 5억원 돌파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새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기 직전인 7월(4억6931억원)과 비교하면 8.2%(3873만원) 올랐다.

늘어난 수요는 경기도 아파트값을 끌어 올렸다. 특히 역세권의 신축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8일 9억6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8월 21일 9억1500만원)보다 4500만원 비싸게 팔렸다.

김포 아파트 넉달 사이 2억7000만원 올라 

김포시에서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집값이 2억~3억원씩 뛰는 단지도 부쩍 늘었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풍무센트럴 푸르지오(112㎡)는 지난 23일 처음으로 10억원에 거래됐다. 7월 초 같은 면적의 단지가 7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넉달 사이 2억7000만원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요즘 서울에서 집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며 “역세권 신축단지로 서울 출퇴근이 편리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는 시세가 (전용 84㎡ 기준) 7~8억원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거주자들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만랩의 황한솔 연구원은 “민간주택 공급은 줄고,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대기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서울 전셋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서울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비싸지면 실수요자는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전세난이 지속하면 경기도 집값은 물론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집값까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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