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엔 역시 현금?…100대 기업 현금 자산 300조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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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텅 비어 있다. 지난 9월 무안국제공항 이용객은 132명에 그쳤다. 프리랜서 장정필

9일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텅 비어 있다. 지난 9월 무안국제공항 이용객은 132명에 그쳤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 국내 기업이 올해 상반기 현금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312.6조원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45.3조원과 비교해 67.3조원 증가한 것이다.

매출 100대 기업은 차입을 통해 현금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은 77조원으로 투자 활동 현금흐름(순유출) 57.3조원보다 20조 원가량 많았다. 여기에 재무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은 32.6조원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나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 투자 확대를 택한 것이다.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63.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4.6조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7%가 감소했음에도 투자액은 늘린 것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투자액이 증가한 분야가 확연했다. 상반기 투자액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조원)로 나타나 반도체가 투자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투자증가율이 높았다. 5G, 자율주행, 반도체 등 코로나19 이후 유망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반면 음식료(-48.9%), 유통(-56.7%) 등에선 전년 동기 대비 투자액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매출 100대 기업의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은 0.54로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이 투자집행액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투자액이 영업이익을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하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졌다”며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이 확보한 자금이 연구개발(R&D)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지속해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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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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