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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캠프 출신 교육전문가, 10년도 안된 韓스타트업 택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뤼이드는 9월 사내 연구·개발(R&D) 전문 조직 '뤼이드랩스'에 글로벌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의 주관사인 ACT 전 CEO(최고경영자) 마텐 루다, 다트머스대 학장과 스탠퍼드대 부학장을 지낸 짐 래리모어, 구글에서 기계지능과 헬스 데이터 과학부문을 이끈 요한 리 박사 등이 합류한 것. 뤼이드랩스는 뤼이드가 올해 2월 AI 기술 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산라몬에 세운 법인이다.

미국내 교육·대학 전문가 짐 래리모어 방한 인터뷰 #스타트업 뤼이드 '교육기회확대 최고책임자'로 합류해 #조 바이든 대선 캠프에도 교육 전문 위원으로도 활동

짐 래리모어 뤼이드 최고 교육기회확대 책임자는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에서도 다양한 에드테크 스타트업을 봤지만 대부분 교육 사업으로 돈버는걸로 그치는 곳"이라며 "뤼이드가 교육 시장을 혁신할 AI 기술이 있고 그에 맞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뤼이드]

짐 래리모어 뤼이드 최고 교육기회확대 책임자는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에서도 다양한 에드테크 스타트업을 봤지만 대부분 교육 사업으로 돈버는걸로 그치는 곳"이라며 "뤼이드가 교육 시장을 혁신할 AI 기술이 있고 그에 맞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뤼이드]

뤼이드랩스에는 스탠퍼드·UC버클리 등 미국 대학 석·박사 출신 AI 연구진 30명이 근무한다. 한국 사무실에는 AI 전문 연구진 70명을 포함해 총 120명이 일하고 있다. 2014년 설립, 10년도 채 안 된 국내 스타트업에 저명한 교육·기술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하자, 뤼이드에는 AI 업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들은 왜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택한 것일까.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뤼이드 사무실에서 짐 래리모어 뤼이드 최고 교육기회확대 책임자(Chief officer Equity in Learning)와 만났다. 래리모어 책임자는 뤼이드가 지난달 5일부터 열고 있는 교육분야 AI 알고리즘 챌린지(AIEd)를 총괄하고 있다. 내년 1월 초까지 세 달간 열리는 이 대회는 뤼이드의 교육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AI 연구진들이 문제풀이 예측 알고리즘을 만들어 경쟁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는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00팀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마감한 AI 알고리즘 챌린지 참가 팀이 채 100팀이 안 된 걸 감안하면 뤼이드의 AI 챌린지에 대한 업계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래리모어 책임자는 교육 전문가다. 그는 스탠퍼드대, 다트머스대, NYU,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학생들이 공평한 교육 기회를 갖게 하는 업무를 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교육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활동하기도 했다. 그에게 뤼이드에 합류한 이유를 물었다.

"실리콘밸리에도 다양한 에드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이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교육 관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돈 버는 걸로 그친다. '기술로 교육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시장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반면 뤼이드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콘텐트, 코스, 궤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 등과 화상회의 툴 줌으로 30분간 얘기하는 사이 회사의 미션과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뤼이드는 교육에서 혁신할 수 있는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AI를 바라보는 관점도 훌륭했다."

당신의 직함 '교육기회확대(Equity in Learning)'는 낯설다. 뤼이드는 왜 굳이 '교육기회확대' 부문에 최고 임원을 임명한 건가.
"공평, 형평을 의미하는 단어 '에쿼티(Equity)'는 단순히 공정한 기회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정 필요로하는 지원(support)까지 더해져야 한다. 미국 내 소득 상위 20% 계층은 10명 중 8명이 대학 학위를 받는다. 반면 소득 하위 20% 계층은 이 비율이 8%에 불과하다. 10배 차이다. 교육 분야에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이게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스킬만 바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뤼이드는 이를 비즈니스와 사회정의 측면에서 동시에 해결하려고 한다."
뤼이드는 국내에선 '산타토익'이란 AI 기반 토익 학습 서비스로 유명하다. 회사는 이와 같은 B2C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교육 시장을 혁신할 AI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뤼이드]

뤼이드는 국내에선 '산타토익'이란 AI 기반 토익 학습 서비스로 유명하다. 회사는 이와 같은 B2C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교육 시장을 혁신할 AI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뤼이드]

뤼이드는 국내에선 '산타토익'이란 AI 기반 토익 학습 서비스로 유명하다. 2017년에 출시된 산타토익은 학생이 토익 문제 6개만 풀어도 실제 토익에서 몇 점을 받을 것인지 예측해 알려준다. 누적 이용자 200만 명을 돌파한 '산타토익'과 '산타공인중개사' 서비스는 AI가 실제 교육·학습 현장에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뤼이드는 이 기술을 SAT(미국 대입학수학능력시험)에 적용해,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했다. 뤼이드는 이와 같은 B2C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교육 시장을 혁신할 AI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뤼이드는 창업후 올해까지 6년간 누적 840억원을 투자받았다.

뤼이드랩스에선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나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뤼이드에서는 AI 교육 솔루션으로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학생들 간 성공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최고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 비영리 단체 등을 만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산타토익과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현지 시장, 교육 기업들과 협력도 가능해졌다. 현재 여러 글로벌 기구들과 사업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
AI가 교육 분야를 혁신할 수 있을까?
"내가 스탠퍼드대·다트머스대에서 주력한 업무 중 하나가 저소득층 학생들이 좀 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돕는 것이었다. 저소득층 학생이라고 덜 똑똑한 게 아닌데 이들은 학교에서 종종 소외됐다. 뤼이드는 학생들의 지식수준과 고유한 학습 행동을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교육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AI 기술이 학생 데이터를 분석해 점수와 행동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개인화된 학습 계획을 추천할 수 있다. AI는 교사가 반복적인 작업에 소비해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교사들이 개별적인 교육·멘토링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측하는가.
"코로나로 대면 교육이 힘들어지니 선생님이 학생들의 학습 상태와 실력을 파악하기 더 어려워졌다. SAT, ACT 등 큰 시험은 대거 취소됐다. 이렇다보니 교육 기회 불균형, 학업 성취 정체, 학생·교사의 불편한 교육 방식 등은 더욱 두드러졌다. 뤼이드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완전히 개인화된 교육 솔루션' 영역은 오늘날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전통 기업들이 뤼이드와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교육기업 카플란과 함께 GMAT·GRE 시험 준비를 위한 모바일 앱 등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미래 교육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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