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TF' 띄웠다···트럼프 정책 뒤집는 바이든, 美 셧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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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받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받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정권 인수 절차에 들어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띄운다. 당선인으로서 본격적인 '트럼프 정책 뒤집기'에 나선 뒤 첫 행보라 주목된다.

TF는 철저히 전문가들로 짜인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벡 머시 전 공중보건국장,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 마셀라 누네즈 스미스 예일대 박사 세 명이 '공동의장'으로 TF에 이름을 올린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머시와 케슬러의 경우 팬데믹 초기부터 바이든에게 매주 네 차례씩 브리핑을 해오는 등 바이든과 손발을 맞춰왔다.

"과학자들의 말을 듣겠다"는 대선공약을 이행하면서 방역보다 경제를 우선시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생긴 반(反)트럼프 여론이 바이든 당선의 동력이었던 만큼 코로나19는 새 행정부의 '톱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인수위 사이트만 봐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보다 보건을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 공약을 지키기 위해 우선순위로 코로나19 TF를 발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이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에 오른 건 대선 이후 더 심각해진 미국내 확산 상황도 영향을 줬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0만명을 넘겼다. 이는 전세계 확진자 수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누적 사망자는 24만명이다. 특히 미국 대선이 있었던 3일 이후 확진자가 폭증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4일 1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6일에는 13만명선까지 돌파했다.

2009년 감염병 때는 정부 입장보다 강경 발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5년 10월, 백악관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5년 10월, 백악관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바이든 본인의 소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바이든은 강경한 전염병 대책을 주장해 항공·여행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발병한 돼지 인플루엔자(SI)가 급속도로 확산해 사망자가 속출할 때였다. 당시 바이든은 NBC 방송 '투데이'와의 인터뷰 중 "비행기 안에서 감염자가 재채기한다고 생각해보라. (바이러스가) 비행기 전체로 퍼질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나는 대중교통 등 제한된 장소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불필요한 여행 자제' 권고보다 강한 수준의 발언이었고 당시 부통령 대변인실과 민주당은 빗발치는 항공·여행업계의 반발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바이든은 대선 과정에서도 코로나19를 의식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했다. 선거 전략가들이 지역 유세를 권했지만 그는 대규모 행사를 피하고 자택 인근에서 상당수 일정을 소화했다. 전당대회 역시 사상 초유의 '랜선 전당대회'로 치렀다. 또 "나는 과학자들의 말을 들을 것이고 그들이 요구한다면 셧다운도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나라가 돌아가고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그것(코로나19 확산 방지)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인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부터 되돌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자 시장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 봉쇄'에 버금가는 강한 조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월 '팩트 체크' 기사를 내고 "바이든은 집권 시 국가 봉쇄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바이든이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셧다운에 관해 밝힌 입장은 '국가가 아닌 바이러스를 셧다운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경제도 살려야…'부양책 통과' 주도할 듯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무대에서 헬스케어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무대에서 헬스케어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참모들은 코로나19와 함께 망가진 실물경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실제 당선인과 참모들은 코로나19와 경제난을 양대 화두로 삼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당장 시장에서는 의회에서 수개월째 협상 중인 코로나19 경기 부양책(Stimulus)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WP는 바이든 당선인이 이와 관련, 몇주 안에 주도적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 중인 가운데 바이든 측이 정권 이양기부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WP에 따르면 참모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 연설을 한 날인 7일 '46'이라 적힌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늦게까지 축하파티를 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46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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