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때리다 秋도 타격받을 판…"장관의 특활비 감찰지시는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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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조사 카드를 직접 꺼낸 것에 대해 “총장을 건너 뛰어 대검찰청 감찰부에 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추 장관이 대검과 각 지방 검찰청 특활비 사용 내역을 대검 감찰부에 조사하도록 한 지시는 위법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추 장관의 지시에 따라 대검 감찰부는 월별 특활비 사용 내역 뿐 아니라 특정 검사나 부서에 1회 500만원 이상 지급된 내역도 조사해 법무부에 보고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만 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어 특활비 감찰 지시도 위법”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지시를 포함, 윤 총장을 겨냥해 지난 한 달 동안 4차례 이어진 감찰·조사 지시가 모두 위법하다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이번 특활비 지시에서 추 장관은 ‘감찰’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지 않았지만, 조사 주체가 ‘대검 감찰부’라는 점에서 사실상 ‘감찰’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대검 감찰을 동원하는 것은 징계 소추(총장 권한)와 의결(법무부 장관 권한)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검사징계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판사가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지휘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현직 검사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법무부 장관이 총장에게만 지시하라고 법에 쓰여 있는데, 법무부는 이번 지시도 ‘사건이 아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렇게 할 거면 검찰총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대검 감찰부는 검찰총장의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권행사를 보좌하기 위한 총장의 보조기관이기 때문에 총장을 직접 감찰할 수는 없다”며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 총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은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지시한 것이라 위법”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법무부는 출입기자단에 ‘법무부 알림’ 형식으로 추 장관의 지시 사실을 알렸다.

“법무부 장관 지시는 검찰총장의 징계권한 침해”

추 장관은 국회에서 “대검이 올해 94억원을 일괄 수령해 임의로 집행했지만 어떻게 썼는지 보고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며 “중앙지검에서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고 한다”고도 밝혔다. 이완규 변호사는 “지시 내용에 대검뿐 아니라 일선 지검장의 특수 활동비까지 감찰하라고 지시했다”라며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권이 총장에게 있는데 장관이 총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므로 지시도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에 배정된 특활비 예산 일부를 법무부가 떼어가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야가 계속 문제를 삼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로 유죄를 받았듯이 추미애 장관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중앙지검 특활비 미지급 문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전달하지 않아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도 추 장관이 특활비를 부정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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