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평가 40일 미스터리…감사원, 檢에 7000장 서류 수사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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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6일 오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 명이 기획처 등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2018년 5월 3일(최초 경제성 평가) 이용률 85%, 판매단가 1kWh당 평균 63.11원
2018년 6월 11일(경제성 평가 최종안) 이용률 60%, 판매단가 1kWh당 평균 51.52원

지난달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A회계법인은 평가의 핵심 변수를 40여일 만에 이렇게 낮춰 잡았다. 이를 토대로 월성 1호기의 전기판매수익 추정치(2018~2022년)는 1조3106억원에서 7511억원으로 수정됐다. 4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해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15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영구정지를 승인했다.

산업부·한수원과 회의만 하면 낮아지는 월성1호 이용률

감사원은 A회계법인이 전기판매수익 추정치를 낮춰 잡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과 한수원 직원들이 개입한 정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A회계법인이 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제시한 다음 날부터였다. 산업부는 A회계법인과 면담에서 "향후 월성1호기 이용률은 30~40%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한수원도 같은 날 회의를 통해 이용률 60~70%를 제시했다.

A회계법인은 사흘 뒤 이용률을 70%로 낮춘 경제성 평가 초안을 제시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긴급 임원회의 소집과 산업부·한수원·A회계법인의 회의 이후 이용률은 60%로 다시 한번 낮아졌다.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는 감사원은 이용률 조작 의혹에 대해 "60% 그 자체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여운이 남는 결론을 제시했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부가 보고서 작성 전부터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한다. 이들은 감사원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까지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안위는 2017년 5월 28일부터 정기 검사를 이유로 월성 1호기 가동을 멈췄는데, 검사 기간을 8차례 연장하며 491일로 대폭 연장했다. 예정대로면 67일이면 끝날 일이었다.

지난달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 연합뉴스

"검찰이 주요 수치 조작에 靑연루 밝혀내야"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추정됐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2018년 5월 11일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7년 한수원 전망단가(55.08원/kWh)는 실제 판매단가(60.76원/kWh)보다 낮아 과소 예측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용률을 낮춰 잡을 때 활용했던 원전 안전 규제 강화 등의 요인들은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경우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원자력정책연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월성 1호기 이용률과 판매단가 조작에 정부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감사원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검찰이 밝힐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자 관련 증거자료와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 등 444개의 파일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 수사"라는 與..."감사원, 판결문 수준 수사참고서류 전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을 향해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 생각한다"며 "일부 정치검사들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뉴스1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의혹 연루 기관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자 여권에서는 "정치 수사"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감사원은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는데 야당이 고발한 정치 공세형 사건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발표 이후 대검찰청에 사과 박스 3개 분량, 약 7000페이지 이상의 수사참고서류를 전달했다. 사실상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감사원의 수사참고서류는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에 대한 조사 결과와 각종 물적 증거가 피의사실별로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특히 사건 개요, 증거관계, 소결, 적용 법조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검찰 내에서는 고발장 수준을 넘어 판결문 수준의 자료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30여년간 판사 생활을 했다. 대전지검이 이를 바탕으로 범죄사실을 추출해 법원에 소명한 결과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대부분이 발부됐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