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낮은온도로 조리해야 발암물질 줄어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장모(37.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씨는 석쇠에 고기 구워먹기를 즐기지만 탄 부위는 가위로 떼내고 먹는다.

그는 "번개 숯 가운데 일부는 불을 잘 붙게 하기 위해 바륨(다량 섭취시 위장염.근육마비 등 유발)을 섞어 만든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아주 조심한다"고 말한다.

그의 행위는 건강 측면에선 당연한 일이다. 식품의 조리.가공.보관 중에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과 식품의 관계는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긴밀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암 발병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식품이 35%로 가장 높았다. 흡연(30%)보다도 높게 나타난 것.

일본 국립암연구소가 제시한 암예방 가이드라인 열두가지 가운데 일곱가지가 식품과 관련된 내용이다.

"편식하지 말고 균형있는 영양을 섭취한다. 동일한 식품을 반복해 먹지 않는다. 과식, 특히 과다한 지방섭취를 피한다. 적절한 양의 비타민 A.C.E와 섬유소를 즐겨 먹는다.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다. 태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 곰팡이가 핀 것은 먹지 않는다."

대한암협회가 추천하는 열네가지 암 예방요령 중에도 여덟가지가 식품과 관련된다.

◇불에 탄 부위는 제거해야

고기를 석쇠나 불판에 구워 먹으면 타거나 그을린 부분에 유해한 탄화수소(PAH)와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이 다량 발생한다. 이중 가장 악명높은 것은 강력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강원대 약학과 허문영 교수는 "벤조피렌은 훈연(燻煙)식품.생선구이.숯불구이.스테이크.건어물.표고버섯 등의 탄 부위나 커피 등 볶은 식품에서 주로 검출된다"며 "이 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연기에서도 배출돼 농산물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음식에 1백50~2백℃ 이상의 열을 가할 때 발암물질이 다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에서 보면 튀김.구이.통구이 요리는 좋지 않다. 끓이기.찜.데치기를 하면 발암물질이 확실히 덜 생긴다. 가능한한 낮은 온도로 조리하고 전자레인지(음식 표면에 직접 높은 열을 가하지 않는다)를 이용하면 발암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질산염 발생 막아야

위암.간암 등을 일으키는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는 아민 성분이 위(胃)에서 아질산염과 반응할 때 생긴다.

아질산염은 침에 다량 존재한다.햄.소시지 등의 발색제로 첨가되기도 한다. 비료를 많이 쓴 채소에는 질산염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일부가 몸안에서 아질산염으로 바뀐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채소 등 식품의 질산염 함량을 제한하고 있다.

식품을 이용해 아질산염을 분해시키면 니트로소아민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일부 해조류(김.파래 등), 야채(마늘.산초.파.고추 등), 차(녹차.결명자차.보리차 등)가 아질산염 분해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육류나 육가공품 섭취시 야채를 곁들이도록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북대 수의학과 김대중 교수는 "조리 중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줄이려면 상추 등 녹색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소 속 엽록소가 체내에서 클로로필린으로 바뀌면서 항암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

또한 짠 음식은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 교수는 "얼마나 싱겁게 먹느냐가 위암 예방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