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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 비난하던 與강경파 기립박수 치게 한 文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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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으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2017년 추경 시정연설부터 시작해 매해 예산안 시정연설, 지난 7월 국회 개원 연설 등 총 6회 국회 연설을 한 문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본회의장 입장할때나 연설이 끝난 후에만 기립박수가 나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으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2017년 추경 시정연설부터 시작해 매해 예산안 시정연설, 지난 7월 국회 개원 연설 등 총 6회 국회 연설을 한 문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본회의장 입장할때나 연설이 끝난 후에만 기립박수가 나왔다. 연합뉴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말하자 80여명 의원이 기립박수를 쳤다. 10여초간 이어진 박수는 문 대통령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며 끝났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총 6차례 국회 연설을 했는데, 연설 도중 특정 대목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건 처음이다.

이례적인 시정연설 중 기립박수

기립박수를 친 의원들은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설에 워딩 하나 넣기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탄소중립 선언이 들어갔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열렬히 손뼉을 치려고 했는데 많은 이들이 일어나 경의를 표하길래 ‘나도 일어나도 되겠다’ 싶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

청와대는 미리 의원들에게 연설문을 공개했는데, 연설 시작 전부터 민주당 의원 단체채팅방에선 탄소중립 선언이 화제였다. 몇몇 의원은 채팅방에서 기립박수를 예고했다. 민주당  K-뉴딜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그린뉴딜 분과 채팅방과 당 전체 방에서 기립박수로 화답하자는 말이 돌았다”며 “당 전체가 움직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일어난 건 환경전문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의원이었다. 이어 고민정·이규민 등 산자위 소속 의원이 일어났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기립했다. 이소영 의원은 본회의가 끝나고 나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연설이 끝나자 당에서도 즉각 반응했다. “피할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한다.”(이낙연 대표), “나라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보인다.”(박광온 최고위원)

2050년 탄소 중립 위한 과제는?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탄소중립 정책은 최근 국제사회 주된 기류다. 중국은 지난달 22일, 일본은 지난 26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친환경-탈석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한을 정한 탄소중립을 선언한 적이 없었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소영·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5일 정부가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을 결정하자 “스스로 기후악당임을 증명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지난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하지만 국정감사를 거치며 당·정·청 간 비공식적 대화가 오가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지도부가 강하게 요구했고, 대통령께서 종합해 결단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 발의 등 후속 준비에 나선다. 우선 그린뉴딜 분과에서 준비 중인 그린뉴딜기본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문구를 명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외석탄투자 금지 4법, 에너지지원전환법 등은 이미 발의됐다. 그린뉴딜분과위원장 김성환 의원은 “기본법은 11월 초중순에 발의 예정이며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혹은 내년 1~2월 사이 통과하는 목표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체 에너지·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일이지만 구체적 방안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많은 예산과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일인데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무슨 수로 탄소중립이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 반발도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국내 기업 119개 대상으로 한 조사(28일 발표)에 따르면 응답 기업 72.9%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대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부담 증가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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