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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폭력시위···미 대선 막판 변수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에서 경찰 총격으로 흑인 남성 월터 월리스 주니어(27)가 사망하면서 격화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 시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리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흉기를 소지하고 경찰관 2명과 대치하던 중 경찰관들이 쏜 총탄 여러 발을 맞고 사망했다. 이후 행인들이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번지면서 곧바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시위는 밤이 되면서 폭력 사태로 변질됐다. 일부 시위대는 상점가에 난입해 강도 행각을 벌였다. 또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경찰관 30명이 부상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톰 울프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한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주 방위군까지 파견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전날 밤 사태로 91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76명이 강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위대가 불이 붙은 바리케이드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위대가 불이 붙은 바리케이드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폭력사태에 백인들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미 대선 결과를 판가름할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선거인단이 20명에 이른다. 29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플로리다에 이어 경합주 중에선 두 번째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승기를 잡았던 것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은 만큼 두 후보 모두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과 20일, 그리고 26일에도 이곳을 찾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필라델피아의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월리스 사망 이후 바이든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월터 월리스 주니어의 가족과 미국 내 흑인의 삶의 무게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것뿐”이라면서 대통령이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부당함에 대한 어떠한 분노도 폭력을 변명하지는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한편 트럼프 측은 인종갈등을 해소하는 메시지보다 계속 주장해 온 ‘법과 질서’를 이번에도 앞세웠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소요는 민주당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전쟁의 결과”라고 발표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자랑스럽게 법 집행 쪽에 서 있으며, 폭동을 끝내기 위해 정부의 모든 자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시위에 군대를 포함해 연방·지방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OX 뉴스 등 미 언론은 인종차별로 불거진 전국적인 시위로 인해 사람들의 불안감과 피로도가 커져 법과 질서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먹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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