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월 입주 296가구, 내년은 올해 절반…전세 가뭄 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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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의 가뭄이 해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비가 되어줄 입주물량이 2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으로 기존 전세물건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입주물량이 줄면 전세난을 해소는 요원해진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개 단지 296가구에 불과하다. 2018년 4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적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되면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되면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전세 시장의 전세물건은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국회 상정 3일 만인 지난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 영향이 크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고 재계약이 늘면서, 새 전셋집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전세물건이 확 줄었다. 전‧월세 상한제로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 데다 저금리에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월세(반전세)를 선호하는 것도 전세 품귀의 이유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전수조사(14일 기준)한 결과 총 1798개 단지 중 72%(1299곳)가 전세 매물이 5건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26일 기준)는 5854건으로,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7월(1만2092건)보다 52%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해도 38%나 줄었다.

서울 월별 입주물량. 직방

서울 월별 입주물량. 직방

전세물건은 줄어들었는데 전세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대학입학이나 취직, 이직, 결혼, 부모에게서 독립 등으로 신규 전세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기존 전세수요 중 일부가 집을 사서 임대차시장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청약을 기다리거나 급등한 집값 부담이나 대출‧세금 규제 등으로 전세 시장에 머물러 있는 탓이 전세수요가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신규 전세물건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보다 44% 적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개 연말에는 입주물량이 몰리는데도 지난 5년보다 30% 이상 물량이 적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 적어서 전세매물 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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