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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금태섭 탈당은 민주당이 불통 집단 변질됐다는 증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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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이 이성적 소통이 불가능한 집단으로 변질 됐다는 사실의 증명"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금태섭으로 대표되는 이견이 존재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하나의 의견만 허용'되는 북한 사회에 비교했다.
그는 "북한은 순수한 사회다. 그 안에서는 하나의 의견만 허용되고, 이견을 가진 이는 이물질로 제거당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일지 모르나, 실은 매우 취약한 체제"라며 "아주 작은 이물질도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으니, 그게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산다.  금태섭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한 층 순수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태섭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이 더 이상 자유주의 정당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에는 그런 자유주의자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민주당 사람들이 가진 '민주주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다르다"며 "적과 아를 구별하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보고, 소수를 존중하지 않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대중과 지도자의 직접적 결합 아래 선전선동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586의 정권"이라며 "불행히도 이 세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고교 시절까지는 박정희의 '한국식 민주주의', 대학에 와서는 운동권의 '민중민주주의', 이게 그들이 배운 민주주의의 전부다. 그러니 저게 왜 문제인지조차 아마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자유민주주의자는 민주당에 '앓던 이'에 불과하다. 금태섭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이 그동안 앓아왔던 자유민주주의에서 완치"라며 "축하한다"고 비꼬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금 전 의원의 내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직 이런 얘기는 너무 이르지만 아무튼 그가 나온다면 내 한 표는 그에게"라며 "지지할 후보가 없었는데 마침 잘 됐다"며 지지 의사를 보였다.

진중권 페이스북 전문

민주당에서는 금태섭 의원의 탈당이 갖는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고 싶을 겁니다. '한 자연인의 결정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는 거죠. 김남국처럼 '철새'라고 욕설을 퍼붓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있고, 정청래처럼 '당을 위해 잘 된 일'이라 그의 탈당을 축하하는 이도 있습니다. 문팬들은 '앓던 이가 빠져서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금태섭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이 이성적 소통이 불가능한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의 증명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박용진은 '그래도 안에서 바꾸려고 노력했어야 한다'고 하나, 그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니 나온 거죠. 저도 금태섭 의원의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박의원 자신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북한은 순수한 사회입니다. 그안에서는 하나의 의견만 허용되고, 이견을 가진 이는 이물질로 제거 당합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일지 모르나, 실은 매우 취약한 체제지요. 아주 작은 이물질도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으니, 그게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거죠. 금태섭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한층 더 순수해진 겁니다.

금태섭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이 더 이상 자유주의 정당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자유주의자는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대화로 좁혀나가려 하죠.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 대화를 통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이것이 자유주의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그런 자유주의자가 설 자리가 없는 겁니다.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이는 민주당 사람들이 가진 '민주주의'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적과 아를 구별하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보고, 소수를 존중하지 않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대중과 지도자의 직접적 결합 아래 선전선동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것. 이는 자유민주주의에는 낯선 현상들이죠.

문재인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은 586의 정권입니다. 불행히도 이 세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요. 고교시절까지는 박정희의 '한국식민주주의', 대학에 와서는 운동권의 '민중민주주의', 이게 그들이 배운 민주주의의 전부거든요. 그러니 저게 왜 문제인지조차 아마 의식하지 못할 겁니다.

금태섭 의원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 내의 유일한 자유민주주의자가 그 안에서 견디다 못해 결국 당을 떠나야 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민주당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어차피 자유민주주의자는 민주당에게는 '앓던 이'에 불과하거든요. 금태섭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은 그 동안 앓아왔던 자유민주주의에서 완치됐습니다. 축하해요.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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