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엔 "사기꾼"이라더니···"김봉현은 피해자" 말바꾼 강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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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문서에 등장하는 성명불상 검사와 변호사를 고발하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문서에 등장하는 성명불상 검사와 변호사를 고발하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김봉현에게 허위의 사실을 증언하게 했다.”(강기정 전 수석의 고발장)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지칭하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표현이 열흘 남짓 만에 확 바뀌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자신에게 로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할 때만 하더라도 '질 나쁜 사기꾼'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자필 편지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의 수사팀을 비판하고 나서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라고 두둔하는 듯한 표현으로 바꿨다.

강기정, 김봉현을 '피해자'로 지칭 

20일 강 전 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을 입수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의 자필 편지에 등장하는 A변호사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직권남용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회장은 자필 편지를 통해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인사에게도 로비를 벌였고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지에서 "A변호사로부터 ‘여당 정치인과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지난 19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의 일부 내용.

지난 19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의 일부 내용.

강 전 수석은 고발장에서 “김봉현은 강기정에게 돈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건을 담당하는 B검사와 A변호사의 회유 및 협박 내지 강요에 못 이겨 거짓으로 법정 증언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김봉현은 A변호사와 B검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하게 돼 허위 증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고발장에는 김 전 회장을 ‘피해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A변호사와 B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강 전 수석은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김봉현으로 하여금 허위의 사실을 증언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적었다.

지난 19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의 일부 내용.

지난 19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의 일부 내용.

1주일 전에는 "질 나쁜 사기꾼" 

고발장 내용은 그동안 김 전 회장에 대한 강 전 수석의 발언들과 거리가 멀다. 지난 8일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을 하자, 강 전 수석은 즉각 김 전 회장을 위증죄로 고소했다. 강 전 수석은 지난 15일에는 “김봉현은 질이 아주 나쁜 사기꾼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한편 지난 19일 강 전 수석은 고발장을 접수하며 기자들에게 “김봉현의 법정 진술은 심증과 추측성 발언이었다”며 “이번에 옥중 글(자필 편지)은 본인이 경험한 것을 직접 서술한 것”이라며 "검찰이 이러한 차이를 감안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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