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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밑에서 시의회 ‘땅땅땅’…“댐 방류 결사반대”

중앙일보

입력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영주시의회가 제24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주시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영주시의회가 제24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주시

“제249회 영주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개의를 선포합니다.”
 20일 ‘땅 땅 땅’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진 곳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 모래사장. 노란색 근무복을 입고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맨 이들은 영주시의원 14명과 관련 공무원들이었다.

용혈폭포 앞 모래사장서 본회의 진행 #“영주댐 반대 의사 널리 알리려 개최”

 이들 뒤로는 ‘영주댐 방류 저지를 위한 영주댐 현장회의’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이곳에서 제249회 영주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었다. 영주시의회 본회의장이 아닌 강변 모래사장에서 본회의를 연 이유는 뭘까.

 유례 없는 ‘야외 본회의’ 배경에는 최근 환경부와 영주시 사이에 영주댐 방류를 둘러싸고 격화된 갈등이 있다. 영주시의회 측은 “영주댐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 의사를 널리 공표해 이를 철회하도록 처음으로 의회 회의장을 떠나 영주댐 현장에서 본회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영주시의 입장은 그간 계속 평행선을 달려 왔다. 환경부는 물을 계속 담아둘 경우 녹조가 심해져 환경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영주댐 방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자체와 주민들은 댐을 열면 용수가 부족해지고 다시 ‘무용지물 댐’으로 돌아간다고 맞서고 있다.

 영주댐은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내성천 일원에 1조1030억원을 들여 2009년 착공해 2016년 준공됐다. 내성천 수질 개선, 홍수피해 경감, 영주·안동·예천·상주 4개 시·군의 생활·공업·농업 용수 공급, 하천 유지, 수력 발전 등을 목적으로 건립된 다목적댐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환경오염 논란 등으로 4년째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댐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댐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안전성과 환경오염 문제를 높은 수위 상태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지난해 9월 영주댐 담수에 들어갔다. 평가 시점은 담수 1년 후로 잡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영주댐협의체 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평가를 하는 대신 담수 방류를 결정했다. 담수 방류량을 하루 1m 이하로 제한한 초당 50t의 물을 최대 80일까지 내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환경부는 영주댐 수문을 열려고 했지만 영주댐 하류에서 주민들이 천막농성을 펼치고 밤샘 감시에 들어가면서 수문을 열지 못했다.

 송명애 영주시의회 부의장은 “담수 대책 없는 영주댐 방류는 부당하다”며 “영주시와 영주시의회, 시민이 함께 방류 저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본회의가 끝난 뒤에는 전체 시의원과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회원, 시민 등 100여 명이 “댐 방류는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환경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열린 제249회 영주시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환경부 규탄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영주시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열린 제249회 영주시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환경부 규탄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영주시

 이영호 영주시의회 의장은 “지역주민 의견을 무시한 환경부의 독단적인 처사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며 “영주댐 운영을 정상화하고 영주댐 관련 의사결정에 지역 주민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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