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에 1주당 최대 10표 행사…벤처 경영권 방어 쉬워진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1주를 가지고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 나온다. 벤처기업 창업자가 대규모의 투자를 받다보면 보유 지분율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제1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업 전개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의 희석돼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령 A라는 창업자가 본인 돈 1억원과 투자금 1억원을 받아 50% 주주 자격으로 회사를 세워 운영하다 2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 A의 지분은 25%로 줄어든다. 이때 투자자가 A의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A가 하려던 본래 사업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되면 A는 1주당 최대 10표씩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25%의 지분을 갖고도 안정적으로 사업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는 이 같은 보호 장치를 통해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에선 올해 1~6월 6만6000개의 회사가 새로 생기는 등 창업이 늘고 있어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국내 벤처투자는 2016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정부 안에 따르면 복수의결권 도입 대상은 비상장 벤처기업이다. 창업자가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상태여야 한다. 물론 투자자가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1주당 의결권을 몇 표까지 할지는 각 기업이 주주총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4분의 3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복수의결권은 최대 10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 창업자의 사업 초기 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유지 기간 역시 주주총회에서 4분의 3 동의로 결정된다.

소액 주주와 채권자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복수의결권은 경영 관련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 창업자가 행사할 수 있지만 ▶감사 선임ㆍ해임 ▶이사 보수 ▶배당 문제를 결정할 땐 1주당 1표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보호 장치는 사라진다. 벤처기업이 상장하면 복수의결권을 보장받던 주식은 1주당 1표짜리 보통주로 바뀐다. 다만 벤처기업이 이를 의식해 상장을 꺼릴 수 있어, 보통주 전환 기간은 상장 후 3년 이내로 정했다.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은 중기부에 보고해야 한다. 또 정관 공시와 관보 고시를 통해 관련 정보도 공개된다. 중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다음 달 말까지 입법 예고한 뒤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주도한 벤처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든 경제지수가 하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기업가치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자 버팀목이 됐다”며 “복수의결권 도입을 계기로 벤처 4대강국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벤처기업 고용 인력은 66만8000명으로,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4대그룹 고용 인원(69만1000명) 못지않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