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정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로 접종이 중단됐던 만 13∼18세 이하 청소년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사업이 13일 재개하며 병원마다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13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종로구에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는 15명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4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 주 백신 물량은 확보했지만 다음 주에는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이날 다시 시작한 무료 백신 접종 대상은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이다. 오는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26일부터 만 62~69세 연령층이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소아청소년과 상황도 비슷했다. 병원 관계자는 “혹시 백신이 떨어졌을까 봐 전화가 온종일 왔다”고 말했다. 손주와 함께 병원을 찾은 이모(62) 씨는 “얘 부모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면 백신이 떨어질까 봐 부랴부랴 왔는데 다행히 맞을 수 있었다”며 “요새는 열만 조금 올라도 걱정이라 백신 재개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에도 13일 오전부터 독감 백신 접종을 예약한 환자가 몰려 긴 줄이 생겼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 협회 직원이 입구에서 체온을 확인했다. 열 화상 카메라도 곳곳에 있었다.
한때는 협회 건물 5층에서 시작한 대기 줄이 지하까지 내려온 뒤 건물 밖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간격을 띄고 줄은 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중간 중간 손 소독제를 이용했다.
협회 관계자는 “예약을 하고 와야 백신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도 “다음 주에 백신 접종을 하려는 인원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꼭 예약 문의를 하고 방문하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감 무료 예방접종 기관으로 선정된 몇몇 병원에서는 백신이 떨어져 방문한 사람들이 헛걸음 한 사례도 있었다. 온라인 맘 카페에는 무료 독감 주사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13세, 10세 자녀를 둔 한 주부는 “오늘(13일)이 13세부터 맞는 날이라 큰 아이는 바로 맞췄는데, 둘째가 맞는 백신은 다 떨어졌다고 했다”며 “동네 소아청소년과, 내과 다 전화해 봤는데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어 불안하다”고 적었다.
무료 백신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료 접종이 늘며 유료 백신도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다. 14개월 영아를 둔 다른 주부는 “동네에 있는 병원 두 군데를 갔는데 헛걸음 했다”며 “소아청소년과에서 백신이 없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썼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