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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시한폭탄에 대비하라”…‘위기 전문가’ 라인하트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해 6월 방한했던 당시 사진이다. 신인섭 기자.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해 6월 방한했던 당시 사진이다. 신인섭 기자.

“나랏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건 맞지만, 부채 탕감 방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는 불가피하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지난 8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라인하트는 지난 5월 세계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중 최고위급 자리에 임명됐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오는 12~18일 연차 총회를 연다. FT 인터뷰도 이 연차총회 내용을 미리 알리는 ‘예습’ 차원에서 진행됐다. FT는 “팬데믹 위기 타개를 위해 불어난 정부의 부채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연차총회의 핵심 안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위기 전문가로 통한다. 그런 라인하트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는 전대미문이다. 동료 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저한 『이번엔 다르다』는 호황의 끝은 어김없이 위기였다는 점을 실증해낸 경제학 부문 필독서다. 라인하트는 FT에 “케네스 로고프와 나는 20년 전부터 중진국의 재정 적자와 관련해 연구를 해왔다”며 “중진국이 부채의 함정에 빠진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 역시 지난 5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앞으로 더 큰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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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각국 정부가 자국의 대표 기업을 지탱하기 위해 재정 무리수를 두다 결국 기업의 사적 부채가 국민의 공적 부채로 변질하는 상황이다. 라인하트는 FT에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의 경우 자국의 ‘챔피언 기업’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병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부채 위기’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미증유의 구조조정 릴레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 본사. [세계은행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 본사. [세계은행 홈페이지]

FT는 “정부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취약성이 이미 곳곳에서 부글거리고 있다”며 “중진국 정부들이 그들의 은행에 출자하는 방식, 그리고 돈을 푸는 방식은 이미 문제를 일으킬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라인하트는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일수록 국가부채에 취약하다고 주장해왔다. 라인하트는 “팬데믹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부채가 이슈인 한국 역시 이 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최근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에서 문제를 악화시키는 건 투명성의 부재라고 라인하트는 강조했다. 중국의 사례를 들면서다.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채 규모를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 중국 당국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라인하트는 “중국이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융자지원을 해왔는데 그 내역은 공개를 피하고 있다”며 “각국 기업은 이에 따라 국가 부채 수준이 낮을 것이란 막연한 낙관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재정 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중앙포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중앙포토]

이번 연차총회에선 라인하트와 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 등 여성 경제학자들이 총출동한다. IMF는 총회 중인 13일 세계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IMF는 지난 6월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9% 역성장으로 예측했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6일 “우려했던 것보다는 덜 끔찍할 수 있다”며 소폭 상향 조정을 시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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