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흘 만에 퇴원해도 되나…"안심할 단계 아닐 것"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 입원 사흘만에 ‘조기 퇴원’한 것을 두고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안심할 단계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2일 입원한 후 72시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고령에 비만으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올라가는데, 70대는 6일 기준 7.24%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정황상 코로나19 중증환자였다. 중증환자 치료법인 산소치료를 받았고 덱사메타손·렘데시비르 등 약물 투여도 마찬가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70대 환자라면 2~3주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는게 정상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안심할 단계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치해서 퇴원했다기보다 장소만 병원에서 백악관으로 옮겨 치료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여한 렘데시비르는 최소 5일간 주사를 맞아야 하고, 덱사메타손은 열흘 간 복용해야하는 게 표준치료요법(권장사항)”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한 모습을 볼 때 일단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은 “산소치료를 받았더라도 산소치료기를 떼고 3일 간 괜찮으면 다시 중증으로 돌아갈 확률이 낮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도 그런 부분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의료진도 퇴원 당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선 추가 전파 우려가 있는 만큼 백악관 복귀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 급한 고비를 넘기면 특별한 치료는 없다. 그럼에도 입원을 계속 하는 것은 코로나19 전파력이 사라진 후 퇴원하는 게 적절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은 주변 사람의 안전은 간과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했지만 상태가 안정권인진 알 수 없다”며 “고령층은 증상이 호전되다가도 나빠지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주치의 숀 코리가 4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 주치의 숀 코리가 4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은 국가마다 격리해제 기준이 다른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 해제되려면 임상 또는 검사기준 중 하나를 충족할 경우 가능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증상자의 경우 발병 후 10일이 경과한 후 해열제 치료 없이 72시간이 경과해야 해 좀 기준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엔 해열제 치료 없이 24시간이 경과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며 “더욱이 퇴원은 주치의 판단에 따라 발열이 해소되는 등 현저히 호전됐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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