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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자란 英칠면조 도축 당한다···코로나 '6인만찬 룰' 의외 파장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리스마스 식탁에 오를 칠면조의 크기까지 바꿔 놓고 있다.

최대 6명 모임 제한 방역 지침에 맞춰 #칠면조 크기 6인분에 맞게 줄이기 나서 #사료 줄여 살빼거나 이른 도축 후 냉동

4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의 칠면조 사육업자들은 최근 칠면조 ‘다운사이징(downsizing)’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칠면조들의 먹이양을 줄여 ‘다이어트’ 시키거나 다 자라기 전에 ‘조기 도축’해 냉동시키는 방식이다.

영미권에서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먹는 칠면조 요리. 영국 정부가 6명으로 모임 인원을 제한한 지침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칠면조 사육업자들은 다 자라기 전에 도축하는 방식 등으로 크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최대 6명이 먹기에 알맞는 사이즈로 맞추기 위해서다. [AP=연합뉴스]

영미권에서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먹는 칠면조 요리. 영국 정부가 6명으로 모임 인원을 제한한 지침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칠면조 사육업자들은 다 자라기 전에 도축하는 방식 등으로 크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최대 6명이 먹기에 알맞는 사이즈로 맞추기 위해서다. [AP=연합뉴스]

이전까진 영국에서 10여 명은 족히 먹을 정도로 크기가 큰 칠면조가 크리스마스 만찬용으로 인기였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6명 넘게 모이는 모임을 금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6인 룰' 지침은 지금으로부터 70여 일 후인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칠면조 사육업자들이 최대 6명이 먹기에 알맞도록 칠면조 크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영미권에선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과 크리스마스에 오븐에 구운 칠면조를 먹는 전통이 있다.

문제는 이미 사육업자들이 봄에 부화한 칠면조들의 살을 찌워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덜 먹여 몸집을 줄이거나 예전보다 일찍 도축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식용 조류 업체를 운영하는 닉 데이비스는 “예전보다 7~10일 정도 일찍 도축하는 방법으로 칠면조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농장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다 자란 칠면조는 추수감사절에 팔고, 덜 자란 칠면조는 완전히 길러서 크리스마스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일찍 도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가금류 판매 현장. [AFP=연합뉴스]

영국의 가금류 판매 현장. [AFP=연합뉴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칠면조의 몸무게는 3~20kg정도로 편차가 큰데,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팔렸던 무게는 6kg짜리(10인분)였다. 먹고 남을 경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데이까지 먹는다고 한다. 영국 양계협회 측은 영국민들에게 “지금부터 원하는 크기의 칠면조를 미리 주문해주면 사육업자들이 크리스마스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올 영국 크리스마스의 칠면조 판매량에 대해선 예측이 엇갈린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전까지 매년 영국에선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약 900만 마리가 팔렸지만 이번엔 방역 규제로 판매량이 이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크리스마스에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많은 이들이 집에 머물면서 ‘기록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한 정육점 사장은 “주문량은 (예년보다) 더 많아지고, 특히 크기가 작은 칠면조들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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