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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환자용 약 쓰는데…의료진 “이르면 내일 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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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그의 상태와 병의 진행 정도를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이 낙관적 전망을 앞세우며 치료 정보를 뒤늦게 알리거나 상충하는 설명을 내놓으면서다.

주치의 “2회 산소 공급” 뒤늦게 시인 #폐 손상엔 자세한 언급 안 해 혼선 #산소호흡기 환자에게 쓰는 약 투약 #NYT “트럼프가 치료법 결정 의심”

콘리 주치의는 4일(현지시간) 월터리드 군병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뒤 두 차례 혈중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를 공급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치료받던 지난 2일 오전 고열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자 추가 산소를 공급했고, 3일 다시 산소포화도가 93% 아래로 떨어져 같은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산소포화도는 정상 범위를 95~100%로 보는데, 코로나19 환자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면 중증으로 여긴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콘리 주치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산소 공급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의료진 일원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제부터 덱사메타손 투약을 시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좋으면 이르면 내일(5일) 백악관으로 돌아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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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사메타손은 면역체계 과잉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기계식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나 추가 산소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약하도록 했다. 의료진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쓰는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막 시작했다면서도 다음 날 퇴원할 수 있다는 ‘처방 따로, 경과 설명 따로’식 언급을 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로첼 월렌스키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사용한다고 하면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황이 점점 악화해 중환자실(ICU)로 가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고 NYT에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치료 방향을 정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주문한 결과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환자와 주치의 관계가 아니라 최고 통치권자와 명령 수행자의 관계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자가 치료의 결정권을 갖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과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VIP 증후군’이다.

참모들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느라 거짓 또는 부실 답변을 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 상태가 위중했던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병의 진행에 관해 의료진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인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CNN은 “의사가 아니라 홍보맨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슴 X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영상 정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폐에 손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한 채 “예상했던 대로”라고만 언급했다. 응급의료 전문가인 리나 웬 박사는 CNN에 출연해 “가슴 X선이 정상이었으면 정상이라고 답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예상’되는 가슴 X선 결과는 폐렴인데, 폐렴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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