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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트럼프 코로나 확진 파장에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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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됨에 따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혼돈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도 휘청했다. 그의 와병을 세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다음 달 3일로 잡힌 미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입원함으로써 선거 판세도 요동칠 게 분명하다. 오는 15일, 22일로 잡힌 미 대선 TV토론이 예정대로 열릴지부터 불투명하다.

미 대선 판도 요동…폼페이오 방한 연기 #북·미 대화 중단, 미·중 갈등 격화로 위기

트럼프의 확진으로 비롯된 미국의 불안정한 정세는 동맹국 한국에도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손발을 맞춰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확진에 따른 미 행정부 마비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적잖다. 당장 7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 승계 순위 4위이자 트럼프의 측근인 폼페이오로서는 장기간 미국을 비우기가 곤란했을 게 분명하다. 코로나 탓에 미 고위 인사와의 대면접촉이 불가능했던 정부로서는 대북 정책을 우리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날린 셈이 됐다.

실현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북·미 간 깜짝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 카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2주간의 의무격리 기간 뒤에 대선까지는 20일도 남지 않아 격전지 유세를 하기에도 빠듯하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자 사실상의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미 얘기도 나오지만, 이런 판에 트럼프가 만나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정부로서는 당분간 트럼프 측의 도움 없이 대북 문제를 풀어가야 할 처지가 됐다. 트럼프의 낙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임기 내에 뭔가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부로서는 실망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세상엔 노력해도 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트럼프의 확진으로 북·미 간 깜짝쇼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현실인 만큼 이를 냉정히 받아들이고 새로 펼쳐질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

트럼프의 확진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생겨났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는 미국 내 코로나의 창궐이 중국 때문이라고 비난해 왔다. 이런 터에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으니 중국을 겨냥한 공격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게 뻔하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질 공산도 있다. 이럴 경우 중간에 끼인 한국에 동참을 요구하거나 최소한 미국 편을 들라는 압력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