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가뭄에 미분양도 씨 말랐다…서울 미분양 “56가구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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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이어지는 청약 열기에 서울의 미분양 씨가 말랐다. 지난 3월부터 100가구를 밑돌던 서울 주택 미분양은 지난 8월에 56가구로 줄었다. 지난해 2월(50가구)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8831가구로, 5년 3개월 만에 가장 적다.

서울의 미분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1월 131가구에서 지난 8월 56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미분양 가구는 26%에 불과하다. 연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서울의 미분양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8449가구, 2016년 6057가구였던 서울 미분양은 2017년 1256가구로 뚝 떨어진 뒤 2018년 475가구까지 줄었다. 2019년에는 2560가구로 늘었지만 올해는 8월까지(누적기준) 657가구 수준이다.

서울의 미분양 가구가 줄어든 것은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지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은 정부가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규제한다. 주변 시세의 100%를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줄어든 서울 미분양 주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줄어든 서울 미분양 주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9월 말)은 평균 68대 1로,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 8월 청약을 받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평균 3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다. 전용면적 84㎡ B타입은 1101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992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미분양 물량이 아예 나오지 않거나, 있더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미분양은 청약 당시 모집 가구보다 청약신청자가 적어서 미달이 되거나 당첨자가 있어도 부적격 등으로 당첨이 취소된 물량이다.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감소하는 서울 주택 인허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감소하는 서울 주택 인허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공급이 많지 않다.

게다가 분양 전에 거쳐야 하는 인허가 물량이 줄고 있다. 2016년 7만5000가구, 2017년 11만 가구였던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8년 6만5000가구, 2019년 6만2000가구, 올해 8월까지 3만3000가구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공급물량이 올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8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3086가구로, 지난해 8월의 71% 수준이다.

7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분양가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국토부는 상한제 적용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추정한다. 보증공사의 기준보다 낮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가인 3.3㎡당 2730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3.3㎡당 161만원이 내려갔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추석 이후 분양가 상한제 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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