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사망자 20만 …전문가들 "시작일 뿐, 겨울이 진짜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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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몰 워싱턴기념비에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을 추모하기 위한 미국 국기 2만 개가 설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약 97만 명)의 5명 중 1명이 미국인인 셈이다. 특히 7월말부터 감소세였던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며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미국 코로나 사망자 20만 명 넘어 #전세계 사망자(97만 명)의 20.7% #트럼프 "제대로 대처 안 했으면 250만" #신규 확진, 중부 중심으로 다시 증가 #전문가 "날씨 추워지면 훨씬 심각해질 것"

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89만 6218명, 누적 사망자 수는 20만 768명이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사망자 수는 전 세계 사망자 수(96만 9578명)의 20.7%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누적 사망자 20만 명은 베트남 전쟁과 한국 전쟁에서 발생한 미군 전사자의 2.5배를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츠버그 유세를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0만 명에 달한다는 질문에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25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유엔 연설을 보지 않았냐”며 “중국은 코로나19가 퍼지지 않게 국경을 틀어막았어야 한다”고 중국에 화살을 돌렸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6일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230일 만이다. 지난 5월 27일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론 118일이 걸렸다. CNN은 “첫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매일 85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꼴”이라며 “심장병에 이어 올해 사망 원인 2위”라고 분석했다.

◇안정세 멈추고 다시 확산세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7월 말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월 중순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 12일(3만 5338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 22일 4만 1105명까지 늘어났다.

CNN은 21일 미국 28개 주(州)에서 지난주 대비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고, 6개 주만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위스콘신·유타·텍사스주 등 중부 지역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월 22일 기준 미국 50개주와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PR) 신규 확진자 3일 이동 평균 추이. 붉은 빛은 증가세, 푸른 빛은 감소세를 보이는 주 (州)들이다. 미 중부에 위치한 주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존스홉킨스의대]

지난 6월 27일 기준 미국 50개주와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PR) 신규 확진자 3일 이동 평균 추이. 붉은 빛은 증가세, 푸른 빛은 감소세를 보이는 주(州)들이다. 남부 '선벨트'가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했다. [존스홉킨스의대]

3~4월 뉴욕·뉴저지주 등 동부 중심으로 확산하던 코로나19는 이후 남부 ‘선벨트’를 진앙으로 거센 확산세를 보였다가 다시 대학가와 농장을 중심으로 한 중부로 거점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겨울이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가오는 겨울이 확산세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로 들어오고,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한 감기와 독감이 빈번해져 전파를 막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연구진은 “독감과 코로나에 동시 감염되면 전파력이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2일 “우리는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더 실내로 모인다는 뜻”이라며 “이건 어떻게 바라봐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매일 4만 명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겨울에 접어들기 전에 이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22일(현지시간)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 4만 명에 달하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미네소타대학 전염병 연구정책센터 마이클 오스터홀름 소장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가을이 되면 눈에 띄게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연말까지 사망자 수 38만 명 전망도

미국 현지에선 연말까지 최소 10만 명에서 20만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전염병 전문가들을 인용해 연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3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워싱턴주립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내년 1월 1일까지 미국 사망자가 37만 8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