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집단감염 연결고리 60대 여성, ‘고의 은폐’로 고발돼

중앙일보

입력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60대 여성이 방역 당국에 의해 고발됐다.

박상돈 천안시장(왼쪽 둘째)가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박상돈 천안시장(왼쪽 둘째)가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18일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A씨(40대·천안 223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천안시 쌍용동 소재 공기청정기 방문판매업체 에어젠큐 관련자다.

천안 203번, 대구 동충하초 설명회에 참석 #조사에서 "접촉자·방문지 없었다" 진술 #초기 경로 파악 못해 'n차 감염' 15명 확진

이에 따라 에어젠큐 관련 충남지역 확진자는 천안 215번(60대·봉명동) 등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천안시가 5명으로 가장 많고 보령 3명, 서산과 예산이 각각 1명씩이다. 충북에서도 에어젠큐 관련 확진자가 4명 발생했다.

에어젠큐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는 천안 203번 확진자인 B씨(60대)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열린 동충하초 설명회에 참석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지난 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초기 역학조사에서 방역 당국에 “확진되기 전 이틀간 방문한 장소와 접촉자가 없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초기 감염·확산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천안 신부동 소재 생활제품 방문판매업체인 그린리프녹엽과 에어젠큐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천안의료원을 방문해 코로나19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달 22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천안의료원을 방문해 코로나19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B씨의 동선을 수상하게 여긴 방역 당국은 최근 2주간 그의 휴대전화 GPS 기록을 분석, B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이틀 전인 지난 1일 그린리프녹엽에 방문한 사실을 밝혀냈다. B씨는 이곳에서 그린리프녹엽 운영자 C씨(60대 여성·아산 49번)와 접촉했다. C씨는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C씨가 B씨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C씨는 계속 매장에서 손님을 만났다. 지난 2일에는 쌍용동 소재 공기청정기 판매업체 에어젠큐를 방문했고 확진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 매일 출근했다.

이러는 사이 C씨가 운영하는 그린리프녹엽에서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C씨가 방문한 에어젠큐에서도 9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조사 결과 그린리프녹엽에서 감염된 4명은 방역 당국이 휴대전화 GPS 추적을 통해 B씨의 동선을 확인하기 전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C씨와 접촉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사 D씨(천안 211번)로 인해 천안의 한 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 등 54명이 지난 11일 한꺼번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6일 양승조 충남지사가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추석 종합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16일 양승조 충남지사가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추석 종합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방역 당국은 애초 B씨가 자신의 동선을 제대로 밝혔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n차 감염’의 연결고리가 된 C씨와 D씨 역시 B씨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보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접촉자 등을 고의로 은폐한 B씨를 관련 법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엄정하게 처벌하고 구상권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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