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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중국 손본다..줄 똑바로 서라’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두사람은 각각 국제정치와 군사전략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기존의 포용전략을 끝내고 봉쇄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두사람은 각각 국제정치와 군사전략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기존의 포용전략을 끝내고 봉쇄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미 국방장관 16일 연설에서 '중국은 세계질서에 위협' 주장 #중국 봉쇄 위한 주변국 동맹 강조..한국도 참여 요구받아 #

1.

머지않아 남중국해쯤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력충돌할 것 같습니다. 16일 미국 에스퍼 국방장관의 연설을 들여다보면..

에스퍼 장관은 보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에서 ‘중국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란 연설을 했습니다.
이번 연설은 지난 7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과 짝을 이룹니다. 폼페이오 연설이 국제정치 차원의 ‘대전환 선언’이라면, 에스퍼 연설은 이를 뒷받침하는 ‘무력 선언’입니다.

2.
두 사람의 연설을 뜯어보면 최근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맥이 집힙니다.
폼페이오 연설의 요지는..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미국은 선의를 가지고 중국의 개방과 성장을 도왔는데, 중국이 배신했다는 말입니다.
공산당이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의 민주화와 자유화를 억압하고, 미국의 선진기술을 훔치는 등 공정무역과 자유경쟁에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48년을 지켜온 호의적 ‘포용(Engagement)정책’을 버리고 적대적‘봉쇄(Containment)정책’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미입니다.

3.
에스퍼 연설도 중국을 보는 기본 시각은 같습니다.
다만 군사적으로 설명하길..미국이 9ㆍ11 테러 이후 지난 20년간 이슬람 과격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전투를 벌이는 동안 중국이 적대적인 군사강국으로 성장했다고 판단합니다.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국가차원의 적대세력에 대응하는 무력 재정비에 나서겠다는 것이죠. 이 역시 20년만의 대전환 선언입니다.

4.
당연히 이슬람 테러리스트보다 중국은 훨씬 강력합니다.
중국 봉쇄의 핵심전략은 무기첨단화와 포위동맹강화입니다.

무력최첨단의 요체는 AI(인공지능)입니다. 사람이 없는 무인전투기와 무인잠수함입니다.
군인은 미국 본토의 벙커에서 오락하듯 전투로봇을 조종하면 됩니다. 남중국해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져도 인명손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인도ㆍ태평양을 방어하기위한 해군력 강화에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IT기술과 정보입니다. 트럼프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쫓아내고 젊은이들의 동영상 공유앱(틱톡)과 메신저(위챗)까지 규제하는 것은 이런 맥락입니다.

5.
봉쇄전략 차원에서 또 결정적인 것은 포위동맹입니다.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나라들과의 동맹입니다.

에스퍼는 연설에서 ‘쿼드(Quad)’를 강조했습니다. 4를 뜻합니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가 기본입니다. 여기에 ‘쿼드 플러스’가 될 경우 한국과 싱가폴 베트남 등이 추가됩니다.

우리 정부는 ‘쿼드에 참여해달라는 요구가 없다’고 부인합니다. 그러나 이미 요구는 시작되었습니다. 에스퍼 장관도 한국을 중국에 맞설 동맹국이라 언급했습니다.
다만 정식 쿼드 멤버 4개국이 아니라 플러스로 들어오라는 것이죠.

6.
동시에 미국은 비용분담도 요구합니다.
왜냐면 중국봉쇄는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이니까, 그 비용도 세계각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주한미군 비용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돈 아니면 피와 땀을 요구할 겁니다.

미국은 48년만에 중국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꾸는 중입니다. 30년전 소련 붕괴 이후 미국 단일패권 시대가 끝나고, 중국과의 헤게모니 경쟁이 본격화된 셈이죠.

7.
미국은 세계경찰이길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은 최근 숨 죽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50년간 미국에 대들지말라’는 등샤오핑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큰 변화는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린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나라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