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추미애 사퇴 여론조사..엉터리아냐?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추미애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뒤로 보이는 꽃바구니는 추 장관 지지자들이 보낸 응원메시지다. [뉴시스]

추미애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뒤로 보이는 꽃바구니는 추 장관 지지자들이 보낸 응원메시지다. [뉴시스]

여론 조사결과마다 달라..직접 원인은 질문의 표현 차이 #조사기관 책임 있지만.. SNS시대 '확증편향' 현상도 심각

1.
추미애 장관의 사퇴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 두 건이 나란히 16일 나왔습니다. 엉터리라는 비난이 쏟아지네요.

리얼미터(조사기관)는 진보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조사했는데 ‘사퇴 찬성’49% ‘사퇴 반대’ 45.8% 입니다. 찬성이 반대보다 3.2% 많지만 오차범위(표본오차 ±4.4%) 내에 있어 통계적으로 ‘별 의미 없다’입니다.

그런데 알앤써치(조사기관)는 보수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안 의뢰를 받아 조사했는데 ‘사퇴 찬성’55.7% ‘사퇴 반대’ 38.4%. 찬성이 반대보다 10.7%나 높아 오차범위(표본오차 ±3.1)를 확실히 벗어났습니다.

2.
조사결과가 기관마다 다르게 나오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크게 나면 욕 먹죠.

의뢰기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르면 더 욕 먹죠. 이번 경우 리얼미터 조사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고 할 수 있고, 알앤써치 조사는‘사퇴 여론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의미가 완전히 다르죠.

조사기관 자체도 정치적 색깔이 좀 있습니다. 리얼미터는 진보쪽 의뢰를 많이 받는 대표적 조사기관이고, 알앤써치는 데일리언이 주 고객인 작은 업체입니다.

3.
물론 조사기관들은 엄정! 객관! 과학!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차이엔 이유가 있겠죠. 주로 질문표현의 차이입니다.

리얼미터 질문은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 문제를 두고, 권력형 비리임으로 장관직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없는 정치공세임으로 사퇴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느쪽에 동의하십니까’입니다.
이번 사건을‘병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사퇴 또는 반대’를 물었습니다.

알앤써치 질문은 ‘추미애 장관 아들 군대 병가특혜 논란과 관련해, 사퇴 또는 해임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입니다.
이번 사건을 ‘병가특혜 논란’이라고 했습니다. ‘사퇴+해임’에 대해 물었습니다.
질문이 분명히 다릅니다. 결과에 큰 차이가 납니다. 조사기관들이 해결해야할 불신의 책임입니다.

4.
국민들에게도 불신의 책임이 있습니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사퇴 찬성 49%는 ‘매우 동의’41.8%와 ‘어느 정도 동의’ 7.2%를 합친 숫자입니다.
사퇴 반대 45.8%는‘전혀 동의않음’36.3%와 ‘별로 동의않음’ 9.5%의 합입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중간이 거의 없습니다. 여론 양극화입니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 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83.1%가 반대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자는 89.5%가 찬성입니다. 모른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합니다.
너무나 확신에 차 있습니다. 분노에 차 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5.
최근 세계적인 여론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소셜네트워크(SNS)라는 IT문명입니다.
흔히 말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SNS를 통해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좋아하는 정보만 주고받다 보면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보수성향 사람은 ‘모두 추미애 욕하는데.. 왜 여론조사에선 사퇴찬성이 절반도 안돼’라며 불신합니다. 정반대 생각인 진보쪽도 마찬가지로 불신합니다.

6.
확증편향 부분은 조사기관의 책임이 아닙니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새는 좌우 양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생각의 양날개를 키워야 합니다.
생각이 어느쪽이든, 정보의 편식을 피하기 위해 반대편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