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38) 해월(海月) - 칠암 앞바다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해월(海月)
- 칠암 앞바다에서
이석규(1943∼ )

어둠속
꿈의 군무(群舞)
윤슬들이 부딪치고

환희의
미풍 속에
저 바다가 몸을 푸네.

황금 물
뚝뚝 흘리며
치솟는 저 달덩이!

- 20세기에서 온 편지

코로나 공포 속에 맞는 추석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에서 본 밤바다의 풍경이다. 달빛에 반짝이는 밤 물결이 어둠 속 꿈의 군무와 같다. 마침내 저 바다가 미풍 속에 몸을 푸는구나. 황금 물 뚝뚝 흘리며 달덩이를 분만하다니….

매우 입체적인 동영상을 보는 듯하다. 관찰이 치밀하며 표현이 섬세하다. 그리고 독창적이다. “인공지능에 무지하던 20세기적 소소한 인정을 모아 시조집으로 엮었다”고 한다. 이석규 시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기조는 그리움”이라고 원용우 교수는 평가했다. (사)한국시조협회 이사장과 전민족시조생활화운동본부 회장을 지냈다.

코로나 공포 속에서 맞는 올 추석은 고향 찾기도 망설이는 유례없는 경험을 하게 됐다. 한국인의 귀소본능은 유별난데 그야말로 국난(國難)이다. 이 아픔을 보름달에 실어 달래볼까.

유자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