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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에도 이익률 선방, 기업들 ‘마른수건’ 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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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53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HMM]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53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HMM]

지난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으로 매출액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은 2분기 기업 3862곳 경영분석 #석유화학 -27%, 운송장비 -17% 등 #코로나로 5년만에 최악 매출 감소 #이익률 작년 5.5→5.3% 소폭 하락 #광고비 등 비용 줄이며 버틴 결과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15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율은 10.1%를 기록했다. 한은이 분기별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2분기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율은 지난 1분기(-1.9%)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이번 조사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지난해 말 기준) 3862곳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국내 전체 기업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2분기 제조업의 매출액은 12.7%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의 충격이 비제조업(-6.5%)보다 컸다. 업종별로 석유화학(-26.8%)과 운송장비(-17.3%)·섬유의복(-15.9%)·금속제품(-15.2%)에서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 김대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국제유가 하락과 여객·화물 수송 감소, 전반적인 수요 부진 등이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비제조업에선 운수업(-15.8%)과 도소매업(-6.9%)에서 큰 폭의 매출액 감소율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액 증감률

상반기 매출액 증감률

코로나19 충격의 강도는 기업 규모별로 달랐다. 한은은 증시에 상장된 1851개 기업을 별도로 분석했다. 상장기업 중 상위 25%의 매출액은 지난 2분기에 12.1% 증가했다. 다만 지난 1분기(16.3%)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4%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상장기업 중 하위 25%의 매출액은 지난 2분기 26.2% 줄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감소율은 지난 1분기(-14.2%)보다 12%포인트 확대했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평균 5.3%였다.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53원을 남긴다는 의미다. 지난해 2분기(5.5%)와 비교하면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충격과 매출액의 급감을 고려하면 수익성 지표에선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종별로는 기계·전기전자(7.4%)와 정보통신(9.5%)·건설(6.7%)·운수업(6.4%)에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1년 전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이 매출액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며 버틴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팀장은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가 줄어든 효과”라며 “기계·전기전자의 수익성 개선은 수요 증가와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운수업의 수익성 개선은 국제 항공화물의 운임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88.2%에서 지난 2분기 87%로 낮아졌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회계장부에 부채로 잡아뒀던 배당금을 지난 4월에 지급하면서 장부상 부채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총자산(부채+자본)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 1분기 25.3%에서 지난 2분기 25.6%로 소폭 상승했다. 김 팀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순발행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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