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시총 세계 1위 애플의 콘텐트 서비스 전략 배워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미국 애플이 지난달 시가총액 2조 달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서만 시총이 50% 이상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으로 치면 세계 8위 국가 수준이다.

애플, 휴대전화 콘텐트에 집중 투자 #기기에 올인 삼성, 가치 축소 우려

애플과 삼성이 특허를 둘러싼 소송전이 한창이던 2013년 삼성의 영업이익은 25조원으로 가장 좋은 해였다. 그해 애플은 삼성의 2배(52조원) 이익을 냈다. 그 무렵 삼성의 무서운 성장세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양대 라이벌 체제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딱 거기까지였다. 애플이 2014년 화면을 4.7인치로 키운 아이폰6를 선보이면서 삼성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렸고,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애플의 ‘삼성 따라 하기’가 성공한 것이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은 삼성과 애플의 신제품이 나와도 눈에 띄는 혁신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혁신은 없고 스마트폰 기기(하드웨어) 가격을 낮추는 경쟁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기 가격을 낮추면서도 스마트폰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비스 사업에 답이 있다. 그릇(하드웨어)만 팔면 안 되고, 그릇에 담겨 있는 콘텐트(서비스)를 팔아야 한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3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은 서비스 회사”라고 선언했다. 애플의 큰 사업 방향을 결정한 사건이었다. 기존에 보유한 앱 스토어와 음악 서비스 외에 추가로 4가지 애플 서비스(뉴스플러스·게임·TV플러스·애플카드)를 발표했다. 아이폰이 덜 팔려도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는 안정적인 사업 체계를 구축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고전할 때 애플은 영상 콘텐트·게임 등 서비스 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냈다. 실제로 1분기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16.6% 늘어나 역대 최고치(133억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삼성도 서비스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해오긴 했다. 2008년 미디어솔루션 센터(MSC)라는 조직을 만들고 전자책 서비스인 ‘리더스 허브’, 모바일 메신저 ‘챗온’ 등을 개발했다. 그러나 6년 만에 조직을 축소하거나 해체 수준이 되면서 서비스는 중단됐다.

이뿐 아니다. 2014년 음악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삼성 밀크 뮤직’과 ‘삼성 밀크 비디오’를 출시했으나 1∼2년 만에 국내를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간 콘텐트·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가 몇 년 만에 접거나 조직을 해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좀 느긋하게 기다려 주지 못하는 문화에서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에 부족한 서비스 사업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자체 확보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물론 삼성전자가 서비스 사업을 꼭 내부에서만 추진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만들거나 관계사가 개발하도록 임무를 주고 협력하면 된다.

또 하나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삼성이 하드웨어 부문의 강자인지 냉철한 진단과 함께 하드웨어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애플은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아이폰·애플워치 등 제품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제품이 더 많이 시장에 보급되면 될수록 서비스 사업에서 얻는 수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제품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고, 스마트폰의 부가가치는 서비스에서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 가다 가는 삼성은 하드웨어 단품만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분명 큰 위기다. 서비스 사업 없이는 삼성 갤럭시의 미래는 어둡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